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 한복판에 한 아랍인의 대형 사진이 내걸렸다. 26일 에쓰 오일 본사 건물 측면부를 감싼 대형 사진이 내뿜는 위압감에 출근길 일부 시민들도 이따금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서울 한복판에 내걸린 대형 사진의 주인공은 한국의 제1 원유공급국이자 중동 최대 경제협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실상 사우디 왕실을 이끌고 있는 실세로 통한다. 고령인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83)을 대신해 대내외 업무를 맡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선 방한을 결정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날 오전부터 1박 2일간 일정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 왕위 계승자로도 1998년 압둘라 왕세제 이후 21년 만이다.
사우디의 정상은 아니지만 고령인 아버지를 대신해 실질적인 정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의 위치를 고려해 이번 문 대통령과의 만남도 회동이나 면담이 아닌 '회담'으로 불린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또 하나의 제국은 글로벌 석유제국으로 불리는 '아람코'이다.
정식 명칭은 '사우디아라비안 오일 컴퍼니'로 줄여서 아람코라 부른다. 1933년 세워진 사우디 왕실 지분 100%의 글로벌 석유 회사이다.
직원 수만 7만 명에 이르지만 주식시장에 오르지 않은 비상장 회사이다.
이에 지난 약 90년간 얼마를 버는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지만 최근 아람코는 채권 발행을 위해 실적을 공개하며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아람코는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영업이익 약 258조 원, 순이익 126조 원을 기록했다. 이는 상장사 세계 1위인 애플의 영업이익(약 95조 원)과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약 90조)을 합친 것보다 많은 액수이다.
2017년엔 아람코의 매출(4655억 달러)이 사우디아라비아 GDP(6838억 달러)의 70%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00년에는 국내 정유회사 에쓰오일(S-OIL)의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 주주로 올라 에쓰오일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람코를 이끌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한국에 들어와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진행한다. 또 국내 4대 기업(삼성, LG, SK, 현대차)과의 만남도 예정돼있다.
특히 최근 아람코는 석유회사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개발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