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재계 총수(사진=연합뉴스)
"삼성, 현대차, SK, CJ 리더들, 자리에서 일어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이들 기업의 총수들은 그의 표현대로라면 "훌륭한 리더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지금 언급한 이 기업들은 우리나라,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해줬다. 그리고 미국인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를 했다"며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한 이틀째인 30일 숙소였던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있었던 국내 기업 대표들을 '들었다놨다'한 간담회 풍경이다.
이들 기업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먼저 불린 건 롯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롯데가 최근 31억 달러(3조 6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이 여기 있는 것 같은데.."라며 신 회장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한 뒤 간담회장을 두리번거렸다.
신동빈 회장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트럼프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어떻게 그런 훌륭한 일을 해냈느냐, 이 자리에 올라와서 다른 분들께 설명 좀 해주겠느냐"고 웃었다.
삼성 사옥과 롯데 월드타워 등을 언급하며 "건물에 감탄했다", "아름다운 타워"라는 표현도 했다.
기업 이름을 직접 호명하고, 투자금액까지 언급하면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에는 5대 그룹 총수 가운데 이재용, 정의선, 최태원, 신동빈 회장이 참석했고, LG구광모 회장 대신 권영수 부회장이 자리했다. 참석한 기업인은 18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기업인에게 "다시 한번 대미 투자를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지금보다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압박성 발언이 아닌 원론적 수위의 발언이지만, 분명한 어조로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30~40분에 걸린 간담회는 거의 전부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말로 채워졌고, 기업인들의 공식적인 발언 기회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사진 촬영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백악관 보좌관이 테이블을 돌며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미국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압박과 화웨이 제재 동참을 요구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으로 휴전 국면에 접어들면서 발언 수위와 간담회 형식 등이 다소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