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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부터 '촛불'까지…"비록 실패해도 틀리진 않았다"

문화 일반

    '동학'부터 '촛불'까지…"비록 실패해도 틀리진 않았다"

    사극 '녹두꽃'으로 잇는 과거·현재·더 나은 미래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 매번 확인시킨 촛불혁명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 선언 뒤 120여 년
    "찰나를 살아도 사람처럼…그래서 나는 싸운다"

    사진=SBS 제공

     

    지난 2016년 겨울의 시작부터 이듬해 봄이 오기까지 한국 사회를 밝힌 촛불은 민주 시민들이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이뤄낸 사건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수놓았다.

    당시 주말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전국의 광장을 가득 메웠는데도 공권력 등과의 특기할 만한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대규모 집회 현장은 서로를 배려하려 애쓰는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을 매번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는 어느 국회의원의 시대착오적인 폄하 발언 등에도 촛불은 어김없이 타오르며 번졌다. 지난 100여 년간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피땀으로 다져진,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시민의식과 시스템은 그렇게 눈부신 빛을 발했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 기울 대로 기운 신분제 조선 사회를 그나마 지탱해 오던 절대다수 농민들이 억압의 고리를 끊고 일어난 일대 사건이 있다. 미완으로 끝난, 농민전쟁으로도 표현되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다. 우리는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을 통해 당대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이를 현재와 연결짓는다면 더 나은 미래를 그려볼 기회도 얻을 수 있으리라.

    지난 주말 '녹두꽃' 방송분에서는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분수령이 된 우금치 전투의 처절한 패배와 그 이후 쫓기고 붙잡히고 죽임을 당하는 혁명군의 참상이 그려졌다.

    혁명군 진압에 나선 일본군과 조선 관군은 공주 우금치에서 일본군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농민군의 기세를 꺾는다. 혁명군 안에서 '해산하고 훗날을 도모하자'는 주장과 '계속 싸우자'는 의견이 맞서는 와중에 극중 혁명군 소속 백이강(조정석 분)은 동지들 앞에 서서 아래와 같이 연설한다.

    "우덜 사는 세상이 그렇잖소. 사람 위에 사람 있고, 사람 밑에 사람은 개돼지나 다름없었잖소. 그래서 우리가 싸웠잖애. 죽자고 싸워갖고 만들었잖애. 백정도 접장, 양반도 접장, 나 같은 얼자 놈도 접장, 그 대궐의 잘나 빠진 임금도 접장! 해산을 혀서 목숨은 부지헐지 몰러도 더 이상 접장은 아니겄재. 양반이 있던 자리에 왜놈이 올라타갔고 다시… 다시 개돼지로 살아야겄재. 그래서 난 싸울라고… 그래서 난 싸울라고! 겨우 몇 달이었지만… 사람이 동등허니 대접하는 세상 속에서 살다본께… 아따 기깔나갖고 다른 세상서 못 살겠더랑께! 그래서 나는 싸운다고! 찰나를 살아도 사람처럼 살다가 사람처럼 죽는다 이 말이여!"

    당대 권력층이 한낱 기득권 유지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는 기층민들을 학살한 우리네 역사는 낯설지 않다. 외국 군대까지 끌어들인 동학농민혁명 진압군이 그랬고, 가까이에는 1980년 5·18민중항쟁 당시 전두환 씨를 위시한 신군부가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 '양민' '민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워 온 우리네 절대다수는 '나'와 '너'를 잇는 '우리'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생을 던지고 또 던졌다.

    우리는 이러한 역사에 무거운 빚을 진 채 지금 이 땅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다. 혹자는 "더 나은 세상의 씨앗은 현재의 불행 안에 이미 뿌려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상의 비참한 자들이 권력을 쥠으로써 더 나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촛불을 기점으로, 그 이후를 사는 우리네 모습은 이전과 결코 같을 수 없다.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들 말한다. 노동자·여성·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의 언어가 넘쳐나는 까닭이다. 이렇듯 우리 사이를 편가르기하고 이권을 얻으려는 세력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 역시 우리 몫으로 남아 있다.

    많은 이들이 강조하듯이 촛불혁명이 여전히 진행형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으리라. 미완이라는 정해진 길로 치닫고 있는 드라마 '녹두꽃'은 결국 그 완성의 몫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로까지 전달돼 왔다는 점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극중 혁명군을 이끄는 전봉준(최무성 분)의 다음과 같은 말 역시 이를 웅변한다.

    "살아 있어야지. 놈(이강)은 우리가 틀리지 않았다는 증좌니까. 우린 비록 실패했어도 틀리진 않았어. 우금치에서 이강이 놈이 연설하는 걸 보고 확신했네. 이강이, 그리고 이강이 같은 사람이 있는 한… 우린 언젠가 이길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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