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른바 '버닝썬 사태'로 불거진 경찰의 유착비리 및 부실수사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각 경찰서에 수사심사관을 배치하기로 한 가운데 정작 경찰 내부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플레이메이커' 모집 글에…일선 경찰들 "플레이어를 배치해야"
지난 8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경찰수사의 플레이메이커, 수사심사관. 바로 당신입니다"라는 제목의 모집공고가 올라왔다.
수사심사관제는 경찰이 최근 대대적으로 발표한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 중 하나다. 각 경찰서에 직무상 독자성을 가진 '수사심사관'을 신설해, 관서 내 모든 수사를 점검‧지도해 유착 및 부실수사를 가려내는 '감시자' 역할을 맡기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해당 모집공고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한 경찰관은 "서울 내 일선 경찰서에서 1년간 대략 2만건의 사건을 처리한다고 생각하면, 심사관 혼자 1일에 평균 55건 정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단순한 결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플레이메이커가 아닌 플레이어를 배치해달라", "높은 사람들의 자리 늘리기일 뿐, 전형적인 탁상공론으로 끝날 것 같다", "일선에서 사건처리하는 직원들의 노고를 생각해주는 시책이 필요하다"는 등 수사인력 보충을 촉구하는 의견들도 많았다.
실제 서울 일선서 경찰들 사이에서도 취지대로 운영되기 힘들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경위는 "영장심사관의 경우에는 영장신청 비율이 높지 않으니 순서대로 검토하면 되지만 수사심의관이 모든 수사에 개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만약 서류만 검토하게 되는 역할이라면, 취지대로 일탈이나 유착까지 다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유착근절 대책' 내놓았지만…강남경찰 '사기 낮춰'vs'신뢰 회복'경찰청은 지난 4일 수사심사관제를 비롯해 △특별관리구역 지정 시 최대 인력 70% 교체 △강남권 경찰(강남·서초·송파·수서) 담당 반부패 전담팀 구성 △유착 비위 경찰관 수사부서 근무 배제 등이 담긴 '유착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주 대상이 된 강남 경찰들은 대부분 관련 대책, 그중에서도 '강남서 직원 70%물갈이'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남서의 간부급 경찰관은 "모두 잘못한 것도 아닌데, 강남서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평가를 해서 다른 곳에 발령 보내는 일은 사기를 낮추는 일이다"고 말했다.
다른 강남권 경찰서의 한 경위도 "과거에도 50%정도가 싹 바뀐 적이 있는데, 이후에도 또 논란이 벌어지는 것 보면 실효성이 없다는 뜻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윗사람들이 보여주기식으로 내놓은 대책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다만 이같은 대책을 통해서라도 강남경찰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강남 지역 경찰관은 "실제로 현장에 나가면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많고, 국민들에게 이미지 또한, 안 좋아진 것 같다"며 "물갈이를 통해서라도 국민 신뢰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관도 "강남권이 업소가 많고 돈 규모도 커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다른 곳보다 높다고 보긴 한다"며 "강남권 특별감찰반을 두는 방안은 실효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