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전쟁범죄·식민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온갖 혐오 발언을 앞세워 시대착오적인 제국주의를 옹호하는 일본 우익 세력. 그들의 협박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을 내놓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은 "일본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22일 '주전장' 배급사 시네마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미키 데자키 감독은 18일 서울 종로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관련 시네마톡에 참석해 "저는 일본 사회와 일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밑바탕으로 일본 사회가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일본 내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상을 올린 뒤로 우익의 표적이 된 그는 "일본에서 터부시되는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이슈에 관한 보다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주전장'은 미키 데자키 감독이 한국 미국 일본 3개국을 3년에 걸쳐 넘나들며 담아낸, 일본군 '위안부'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그는 '위안부'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가 일본 우익에게 인신공격 당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왜 그토록 이 문제를 감추려고 하는지 궁금해졌다고 한다.
이 영화는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울부짖음으로 시작한다. 이를 두고 미키 데자키 감독은 17일 CGV 압구정점에서 열린 시네마톡에서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와 영화 속에서 계속적으로 논쟁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섞고 싶지 않았다"며 "실제로 고통을 겪은 분이기 때문에 이 분의 목소리는 좀 더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전장'은 지난 4월 일본에서 개봉한 뒤 논쟁을 불렀다. 이 영화에 출연했던 보수 논객들이 상영 중지 요청을 하는 기자회견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미키 데자키 감독은 지난 15일 열린 이 영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아베가 경제 무역 보복 조치를 통해 '주전장'을 홍보해준 셈이 된 것처럼, 우익들이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이 영화를 홍보해주고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