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에 대한 폭동죄 적용에 항의하는 홍콩 시민(사진=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참가자 44명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중국 정부가 "홍콩 정부의 '엄격한 법 집행'을 지지한다"며 경고한 뒤 내려진 첫 번째 사법 처리라는 점에서 향후 무더기 처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홍콩 경찰이 지난 28일 도심 시위에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던 시위 참가자 49명 중 44명을 폭동 혐의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경찰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도심 행진을 강행했고 일부 시위대가 중국 기관 건물로 향하다 이를 막는 경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경찰이 시위대를 기소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백 명의 홍콩 시민은 체포된 시위 참가자를 구금중인 콰이청 경찰서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또다시 경찰과 충돌했다. 폭동죄 적용 대상 시위 참가자들이 출두한 홍콩 동부법원 앞에서는 홍콩 시민들이 '폭동은 없다. 폭정만 있다'는 글이 쓰인 팻말 등을 들고 항의했다.
홍콩 경찰의 첫 기소는 홍콩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기자회견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지난 29일 홍콩 반환 이후 처음으로 홍콩 내정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폭력 시위대에 대한 홍콩 정부의 엄정한 법집행을 강력히 주문했다.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은 시위대가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을 넘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지난 21일 시위에서 일부 시위대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 앞까지 가 중국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리는 등 훼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위 참가자에 폭동 혐의가 무더기로 적용된 것은 지난 2016년 몽콕(旺角) 사태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16년 춘제(春節·중국의 설)인 2월 8일 밤 몽콕에서 노점상 단속을 반대하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100여 명이 부상하고 54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중 36명이 기소됐다.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는 송환법 시위 참가자에 대한 기소가 시위대들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여기고 있지만 오히려 홍콩 시민들의 반발을 불러 거센 후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지난 21일 밤 흰옷을 입은 남성들이 송환법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폭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서는 폭동죄가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백색테러 사건 발생 당시 홍콩 경찰은 신고를 받은 뒤 35분이나 지나서야 늑장 출동한 데다, 경찰 지휘관이 백색테러 가담자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까지 유포돼 홍콩 시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