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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육아휴직은 '근속기간'이어서 복직이나 승진 시 차별하면 위법인데, 이직할 때는 이러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해석이 나왔다. 초저출산 시대에 육아휴직을 독려하기 위한 각종 개선책이 나오고 있지만 제도와 현장의 괴리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금융 공공기관에 경력직 회계사로 입사한 A씨는 전 직장(회계법인)에서 사용한 육아휴직 기간 1년을 이직 시 경력과 호봉 산정에 반영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A씨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도 "남녀고용평등법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답변했다. 채용 시 육아휴직 기간의 인정 여부는 사업장 자체 규정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녀공용평등법 제19조에서는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되고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
A씨는 육아휴직기간을 100% 경력으로 인정해주기 어렵다면, 일부라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예를 들어, 이직한 회사의 자체 '인사관리규정'에 따라 기존 업무경력을 60~100% 비율로 따져 경력·호봉 산정을 한다면, 육아휴직 기간도 '배제하지 말고' 계산 시 반영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청에서는 새로운 사업장에서의 과거 육아휴직 인정 여부는 기존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서 규정하는 내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해당 법률은 원칙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할 당시의 사업주와 근로자와의 관계만을 규율한다고 본 셈이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의 이영희 사무국장은 "경력이나 호봉 산정에 있어서 다른 이력과 비교해 특별히 육아휴직 기간만 불리하게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따져본다면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타지역 전출을 위한 교육경력(3년)을 산정할 때 육아휴직 기간을 제외하도록 한 교육공무원법은 차별이라고 보고 개정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는 "피진정인(교육감)은 육아휴직자를 불리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그러한 차별에 합리적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례는 육아휴직을 단순히 '공백'이거나 쉰 기간이 아니라 교육경력에 갈음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재확인한 의미가 있다. 승진 판단 시 육아휴직 기간을 반영토록 한 조치 등도 마찬가지 사례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같은 업권에서 군 복무 기간을 경력·호봉 산정에 전부 반영해주는 것을 고려하면, 남녀고용평등법 취지에 따라 육아휴직 기간도 경력기간으로 인정해 줄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