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주민들이 지난9일 제주지법에 상생협약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사진=자료사진)
■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김기자의="" 이기사="">
■ 채널 : 표준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5∼18:00)
■ 방송일시 : 2019년 8월 13일(화)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제주CBS 김대휘 기자
◇류도성> 김기자의 이 기사, 오늘은 어떤 기사를 준비했습니까?
◆김대휘>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마을 주민 사이에 찬반 갈등을 겪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마을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이 언론기고문을 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소개하겠습니다.
◇류도성> ㈜대명이 추진하고 있는 제주동물테마파크 소식이군요. 현재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김대휘>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주민들이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의 절차를 문제 삼아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박흥삼 제주동물테마크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선흘2리 주민 170명은 지난 9일 ㈜대명과 선흘2리 이장 정모씨가 체결한 ‘지역상생방안 실현을 위한 상호협약서'의 무효 확인 소송을 제주지방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마을 이장이 마을의 공식 절차인 개발위원회와 총회를 거치지 않고 비밀리에 사업자와 굴욕적인 협약을 체결했다”며 소송 이유를 밝혔습니다. 선흘2리 청년회도 같은 내용으로 이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협약서는 선흘2리가 7억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조건으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동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류도성>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어떻게 시작됐습니까?
◆김대휘>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지난 2004년 (주)탐라사료와 영농조합법인 탐라유통 등 관련 계열사가 (주)제주동물테마파크(JAF)를 설립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제주의 토착기업이 직접 대규모 개발사업 투자를 하면서 주목도 많이 받았습니다.
기본 방향과 개념은 제주목축문화를 기반으로 제주의 토종동물과 향토식물이 중심이 되는 공원으로 개발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개발사업 찬성측 주민들이 마을이장(왼쪽 세번째)의 상생협약 체결을 찬성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류도성>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제주투자진흥지구 1호로 지정된 사업이기도 하죠.
◆김대휘> 2005년 7월 제주특별법에 따라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제주투자진흥지구의 첫 대상이 됐습니다. 물론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서 2015년 지구지정이 해제됐습니다.
2007년에는 옛 북제주군으로부터 사업부지에 포함된 공유지를 매입합니다.
전체 사업부지 58만1050㎡ 중 43%에 달하는 24만7800㎡가 공유지였는데 이를 22억여 원에 매입했습니다. 이 부분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전체 사업부지의 43%가 공유지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은 지난 2011년 1월 공사가 중지된 이후 결국 다른 업체에 매각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습니다. 개발사업의 모기업인 탐라사료는 공사가 중지된 해인 2011년 5월 제주동물테마파크 회사 주식 전체를 24억원을 받고 다른 업체에 팝니다.
그리고 회사 주식을 사들인 업체는 공유지가 포함된 사업부지 전체를 또 다른 업체에 210억원 상당의 가격에 매각합니다.
이 때문에 탐라사료 경영진이 동물테마파크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해 주주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며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하지만 당시 사법당국은 증거를 찾지 못하고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24만㎡의 공유지는 목적대로 개발되기는커녕 사적으로 거래되어 시세차익을 얻는데 이용되고 말았습니다.
◇류도성> 개발사업자만 믿고 공유지를 헐값에 팔아버린 거군요. 그런데 환경영평가 재협의를 교묘하게 빠져나갔다는 지적도 있죠?
◆김대휘> 환경영향평가법에눈 공사 중단 후 7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해야 합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2011년 1월 공사가 중지된 7년 후인 2017년 12월 재착공 통보가 이뤄집니다.
그런데 재착공 통보가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대상 기간에서 한 달을 남겨둔 6년 11개월 시점에 이뤄져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의무를 피해가게 됩니다.
제주도 공무원은 사실상 편법적인 환경영향평가 면제가 뻔했지만 이를 묵인한 것이죠.
그리고 엄격하게 보면 최초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한 2006년이후 사업부지의 환경은 크게 변했습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당시에는 지정되지 않았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지구가 사업부지와 인접하여 지정됐습니다.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할 경우 중점적인 영향검토가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이라는 것이 시민환경단체의 지적입니다.
이영웅 사무처장은 기고문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이 처음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서의 관리보전지구 등급 현황을 보면 사업지구 내에는 지하수자원 2등급 지역이 14만7549㎡에 달한다. 전체 사업부지의 25%에 해당하는 면적으로 투수성이 높은 곶자왈 지역이다. 그리고 사업지구 서쪽 교래곶자왈과 이어져 생태축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를 통해 곶자왈 지역의 시설물 배치를 최소화 하고 보전방안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야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008년 공개된 제주동물테마파크 조감도, 당시는 말산업 중심의 동물테마파크 조성계획이 발표됐다.(사진=자료사진)
◇류도성> 제주동물테마파크의 개발사업 내용이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김대휘> 이 부분도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당초 목축문화를 기본으로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에서 이제는 사자, 호랑이, 곰 등 야생동물 20여종 500여 마리의 관람시설로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사업부지만 그대로고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에 환경영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동물을 우리에 가두고 구경하거나 일정규모의 면적에서 전시하는 동물원 관광은 전세계적으로 사양산업이고 교육적으로 안 좋다는 지적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관광을 하면서 사자와 기린을 보러온다는 개념도 제주도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개발사업이 멈춘 제주동물테마파크 현장(사진=제주동물테마파크 제공)
◇류도성>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을 지지하는 마을 주민들도 있죠?
◆김대휘> 그렇습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찬성대책위원회가 있습니다. 위원장은 이정주씨가 맡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동물테마파크 사업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이 구성한 반대대책위는 향약 규정을 위반했으므로 자진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법률 자문까지 진행한 결과 동물테마파크 사업 반대 결의가 이뤄진 지난 4월 9일 마을 임시총회는 의결권 자체에 중대한 위법성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하며 반대위 해산을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찬성측이 법률자문 내용을 자세히 봤습니다.
찬성측은 법률자문을 김&장 법률 사무소에 의뢰해서 받아왔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임시총회 공고일이 향약규정에 따라 5일 이상의 기간 이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 선거권이 없는 주민이 투표에 참여 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공고기간과 선거권의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임시총회를 다시하고 당시 구성된 반대대책위도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임시총회는 현재 비밀협약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이장이 소집하고 선거권 문제도 당시 임시총회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이장이 결국 투표하도록 묵인합니다. 이장이 당시 임시총회의 개최와 운영을 직접 진행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박흥삼 선흘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찬성위의 주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공식 절차 없이 비밀리에 체결한 상생 협약서도 원천무효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절차도 밟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위원장은 “마을 이장은 마을의 공식절차인 개발위원회와 총회 의결 없이 대명과 접촉해 상생방안 협약서에 독단적으로 도장을 찍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마을 주민들이 찬반 양론으로 나눠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보면 대규모 개발사업 진행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행정의 잘못, 그리고 이같은 행정을 통제하지 못한 도의회의 잘못 때문에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사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