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개각'에 따른 장관·위원장 후보자들이 조만간 검증대에 오른다. 후보자 7명이 무더기로 청문회를 거치는 '청문회 슈퍼위크'를 앞두고 여야는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여당은 낙마자 없이 무사히 후보자 모두를 임명하는 게 목표지만,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약점을 인사 문제로 보는 만큼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불릴 만큼 현 정부의 상징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서는 자유한국당의 파상공세와 민주당의 철통방어가 예상돼 가장 뜨거운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 '청문회 슈퍼위크' 8월 말~9월 초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여야는 16일부터 관련 상임위 간사 간 협의를 시작해 청문회 날짜를 확정한다.
현재 일정이 확정된 후보자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후보자로, 29일에 열린다.
불꽃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꼽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9월 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는 26일과 29일에 각각 열기로 여야 간 의견이 모아졌다.
당초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시작하기 전에 청문회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에서 각각 28일과 29·30일에 연찬회를 여는 탓에 일정이 다소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 마쳐야 한다. 요청안이 제출된 14일로부터 20일 뒤인 다음달 2일 청문회를 마치는 게 원칙이다. 상황에 따라 일정이 지체되더라도 30일 이내엔 청문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 野, 조국‧한상혁에 십자포화 vs 與 "몰이성적 색깔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이한형 기자)
한국당은 일찌감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노맹 전력 등 이념 편향과 논문 표절 의혹, 자녀의 학교 폭력 연루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앞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조 후보자의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 연루 이력을 거론하며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 법무부장관은 부적격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한국당은 벌써부터 정상적인 검증 대신에 몰이성적 색깔론을 들이대고 심지어 인사청문회 보이콧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서 걱정"이라며 '조국 지키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조 후보자의 경우, 이념 문제 외 위장전입과 사모펀드 투자 논란이 나온 상황이다.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울산대학교 조교수 시절인 1999년 10월 7일 딸과 함께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에서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를 옮겼다. 부인과 아들은 부산에 그대로 남겨뒀다.
조 후보자는 한 달 반 뒤 11월 다시 본인과 딸의 주소를 부산 아파트로 돌렸다. 이에 딸의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제기된다.
또 한국당 주광덕 의원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배우자 정경심씨는 2017년 11월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를 조모씨에게 3억9000만원에 팔았다.
주 의원은 해당 아파트를 산 조씨는 조 후보자 친동생의 전 부인이라며, '위장매매 의혹'을 주장했다.
아울러 조 후보자 가족이 사모펀드에 총재산 규모를 넘어서는 돈을 출자하기로 투자약정을 한 것으로 드러난 점도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될 전망이다.
야당은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 약정을 한 시기는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지 두달여가 지난 시점으로, 신생 사모펀드에 총재산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투자한 것을 수상하다고 보고 있다.
조 후보자 아내 정씨와 딸, 아들은 2017년 7월 31일 '블루코어밸류업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사모펀드)'에 각각 67억4천500만원, 3억5천500만원, 3억5천500만원 출자를 약정했다.
총투자금액은 조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 56억4억244만원보다 많은 74억5천500만원에 달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는지도 공격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직 사퇴로 이어질 수 있는 결정적 한 방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후보자 및 가족은 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했다"며 "법령에서는 공직자 및 가족 등에 대해 주식(직접투자)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을 뿐, 펀드(간접투자)에 대한 규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가 공직자가 된 이후, 배우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적법하게 주식을 처분하고 그 자금 등으로 법상 허용되는 펀드 투자를 한 것"이라며 "블라인드 펀드 사모투자합자로, 투자 종목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느 종목에 대해 투자되었는지도 모르고 있고 현재 손실 중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를 두고도 여야 혈투가 예상된다.
특히 "가짜뉴스는 표현의 자유 보호 범위 밖에 있다"는 한 후보자의 발언이 논란의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 유포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를 낸 가운데 한 후보자가 SNS 등을 통해 유통되는 가짜뉴스를 규제할 뜻을 밝힌 것이다.
한국당은 이같은 발언을 보수 유튜버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것으로 보고 맹공을 준비하고있다.
또 진보언론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이력을 문제 삼아 이념적 편향성 논란도 제기할 방침이다.
한 후보자의 전과 이력과 논문 표절 의혹도 공격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후보자가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1987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력과 1993년 3월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만원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 등은 이와 함께 한 후보자의 석사학위 논문 표절과 음주운전 등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밖에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의 탈원전 지지, 역사교과서 국정화·한반도 대운하 정책 반대 등 과거 행적을 두고 현 정부의 코드인사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또 부실학회로 의심되는 국제학술단체에 연구논문을 기고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최 후보자가 2013년 제자와 함께 논문을 발표한 학술단체 '국제 연구 및 산업 연합 아카데미(IARIA)'가 일부 해외 학회 검증 사이트 등에서 부실 의심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후보자가 해당 논문 발표나 해당 학회 행사 참석을 위해 출국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식으로 리뷰(학회가 선정한 석학들이 논문 게재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를 받아 논문을 게재했다면 부실 학술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