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구 국제화센터 전경 (사진=사상구청 제공)
부산 사상구가 외국어 평생교육시설에서 영어유치부 개설을 추진하다가 구의회 지적이 일자 돌연 사업을 보류했다.
사전등록까지 마친 학부모들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는데, 구청의 미흡한 행정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공교육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지난 2010년 문을 연 사상구 국제화센터.
사상구청의 위탁을 받아 이곳을 운영 중인 센터 측은 지난달 18일 학부모를 대상으로 '레지오 에밀리아 영어유치부'를 새로 만든다는 내용의 사전 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배포한 자료를 살펴보면 센터는 5~7세 아동을 대상으로 오는 12월 준비반을 개강한다며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20분까지 진행할 예정 수업 시간표를 적어뒀다.
또, 수강료는 식비를 포함해 약 60만원이며, 원복비와 교재비 등은 별도 비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설명회장 복도에는 실제 사용할 교재와 아이들이 입을 원복까지 전시했다.
지난 6월에 이은 두 차례 구체적인 설명회를 통해 센터는 학부모 14명에게서 사전등록까지 받았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구의회는 지난달 25일 회의를 열고 영어유치원 개설을 승인한 구청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원복비나 식비를 받는 것은 수강료만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상구 국제화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 제11조 2항 위반 소지가 있고, 조기교육 논란이나 위화감 조성 등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검토할 공청회나 운영위원회는 전혀 없었다는 게 이유다.
사상구의회 조병길 의원은 "부대비용까지 합치면 월 75만원 정도가 되는데, 보육료 지원이나 소득공제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커 결국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이나 부모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국가 정책에도 맞지 않는 속칭 영어유치원을 민간사업이면 몰라도 구가 운영하는 건 옳지 않다는 게 의원 공통 의견"이라고 말했다.
의회 지적에 사상구청은 "올해는 영어유치부를 개설하지 않고, 주민 상대 설문조사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다시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또 "이미 사전등록한 14명에게는 센터에서 운영하는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토록 하는 등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청의 오락가락 행정이 설명회를 듣고 사전등록을 마친 학부모들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