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을 쓰고 '직렬 5기통 춤'을 추는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이목을 끌며 전국에 '빠빠빠' 열풍을 일으켰던 걸그룹 크레용팝의 활동이 멈춘 지 2년이 넘었다. 멤버들은 전 소속사와의 계약 만료 후 각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일란성 쌍둥이' 멤버로 주목받은 초아와 웨이도 마찬가지다. 언니 초아는 뮤지컬 무대에 올라 연기 재능을 뽐내고 있고, 웨이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회사와 계약이 끝난 뒤 자연스럽게 각자만의 시간이 주어졌어요. 저 같은 경우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었기에 뮤지컬 작품 활동에 주력했고, 최근까지 '영웅'에서 중국인 소녀 '링링' 역을 연기했어요. 단독 캐스팅이어서 총 114회 분을 혼자서 소화했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미스사이공'의 킴 역할이나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초아)
"저 같은 경우엔 평소 관심이 많았던 1인 미디어에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어요. 크레용팝 활동 때 언니와 함께 '둥이TV'란 채널을 운영했었는데, 그 채널의 이름을 '웨이랜드'로 바꾸고 다채로운 콘텐츠를 올리고 있죠. 구독자 수는 16만 명이 넘어요. 영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는데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웨이)
최근 서울 구로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노컷뉴스와 만난 초아와 웨이는 "팀 활동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사람은 '크레용팝 멤버'가 아닌 '배우 초아'와 '크리에이터 웨이'로서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걸그룹 활동 때와 비교해서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주체적으로 활동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저의 색깔이 있는 그대로 묻어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웨이)
크레용팝의 콘셉트는 '빠빠빠' 때뿐만 아니라 매번 독특했다. '어이' 땐 헬멧 대신 보자기를 쓰고 활동했고, 'FM' 땐 여전사 콘셉트를 내세웠다. 또, '두둠칫' 땐 이모티콘을 차용해 만든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크레용팝 색깔'을 빼고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초아와 웨이에게 숙제이자 즐거운 도전 과제다.
"관객 분들이 무대에 오른 저를 독창적인 콘셉트로 활동했던 크레용팝 출신 배우가 아니라 온전히 제가 맡은 역할로 봐주실 때 희열과 보람을 느껴요. 완전히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편견을 깨고 작품과 배역에 잘 스며드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분야에도 도전해볼 생각이고요" (초아)
올해 한국식 나이로 서른 살이 된 초아와 웨이는 "오히려 20대일 때보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했다.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예전에는 머릿속에 수치적인 목표가 많았어요. 음원 차트나 음악 방송 순위, 앨범 판매량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수치들을 신경 쓰지 않고 활동하고 있어요. 덕분에 걱정과 불안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매일매일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최선을 다한 하루를 보낸 뒤 잠자리에 누웠을 때의 기분이 특히 좋아요. (미소)" (웨이)
"작년에 조바심이 많았어요. '내년이면 서른인데 어쩌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죠.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고나니 '네 나이가 부럽다', '내가 그 나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면 30대 중에서는 저희가 막내인 셈인 거잖아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저절로 자신감이 생기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또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초아)
초아와 웨이는 오는 5일 프로듀서 텐조와 작업한 미디엄템포 곡인 '나의 우주'을 발표해 오랜만에 팬들에게 목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크레용팝 활동 시절 유닛 '딸기우유'로도 앨범을 내고 직접 만든 곡으로 가창력을 뽐낸 바 있는 두 사람은 "설레는 마음으로 신곡을 녹음했다"며 "이전보다 한층 성장한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신곡을 기다려주시는 팬 분들이 많기에 틈틈이 새로운 음악을 준비해왔어요" (웨이), "사랑을 주제로 한 촉촉한 분위기의 곡이에요. 최대한 깨끗하고 담백하게, 말하듯이 노래를 불렀고, 듣게 편한 음악을 완성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번 곡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좋은 영감이 떠오를 때마다 비공개 블로그에 글을 올려서 정리해두고 있는데, 언젠가는 곡으로 완성해 들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초아)
이들은 "크레용팝은 해체하지 않았다"며 향후 팀 활동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 "크레용팝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초아), "최근 트위치로 생중계를 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여전히 크레용팝을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팬 분들이 있기에 크레용팝이 언젠가는 다시 뭉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끼리도 그렇게도 얘기했고요" (웨이), "앞으로 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도전하고 모험을 펼쳐나갈 저희의 모습을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