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심임 법무부장관(왼쪽)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한형 기자/윤창원 기자)
소문난 잔치였지만 정작 먹을 것은 별로 없었던 조국 법무장관 인사청문회에서 귀담아 들을만한 대목이 있었다면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질의였다. 야당 의원들이 새로울 것도 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조 장관의 가족을 터는 동안 우군이라 생각했던 금 의원은 정책질의를 통해 법무장관의 적격성 여부를 따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이 기대를 저버렸다며 이 여당 의원에게 비난의 말폭탄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진영 논리에 눈이 어두워 요점을 놓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주도적으로 만든 수사권 조정 정부안을 보면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은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돼있다. 그렇게 하면 검찰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해지고 언젠가 큰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여러 차례 충고했다. 그럼에도 후보자는 검찰의 사정기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는 입장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고 지금의 수사권 조정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이를 "검찰 개혁에 대한 안이한 접근"이라고 못 박은 뒤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과 검찰 수사를 놓고 보면 후보자가 과연 검찰개혁의 적임자인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정부여당이 마련하고 국회 신속처리안건(페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조정법안에 따르면 검찰의 특수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은 없다. 또 검찰청법 개정안을 보면 검찰의 수사범위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를 명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특수수사에 관한 한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퇴임을 앞둔 지난 6월 5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검경 수사권 조정은 특수부 검사의 권한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문 전 총장은 "그런데 정부 법률안은 거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통제가 필요한 대상과 그에 따른 진단, 해결책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제가 가장 많이 필요한 특수부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검사를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은 '특수부 최소화'가 답이라고 진단하는데 정부여당의 검찰개혁법안에는 그 내용이 쏙 빠져 있는 셈이다.
검찰 수사 중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특수수사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문재인정부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박연차 게이트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특수수사에서 비롯됐다. 당시 검찰은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조 장관이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들의 검증을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에 나서고 부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며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것도 특수부 검사들이다.
그렇다면 장관이 됐으니 사정이 달라질까. 금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는 검찰 특수부로부터 주변이 전면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며 "때문에 만약에 후보자가 장관이 돼서 특수부 폐지나 축소를 추진하면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고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 수 있지만 법안으로 보면 미흡하고, 현실적으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것이 조 장관의 현재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