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유열 (가수)
추억을 소환하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가 없습니다. 그때 그 사람, 그때 그 노래, 그때 그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금방 추억 속으로 빠져드는데 최근에 개봉한 영화 한 편이 그렇습니다. 영화 제목이 유열의 음악앨범이에요. “무슨 영화 제목이 이래?” 하실 수 있는데요. (웃음)
1994년부터 2007년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이죠. 유열의 음악앨범을 매개로 해서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룬 그런 영화입니다. 저도 봤는데요. 영화 곳곳에 그 시절의 음악이 흐르는데 정말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영화 속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수 유열 씨를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 모셨습니다. 우리 90년대 그 감성 속으로 한번 빠져보죠. 유열 씨, 어서 오십시오.
◆ 유열> 안녕하세요. 뵙고 싶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어떻게 그렇게 똑같으세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들어오시는데 깜짝 놀랐어요.
◆ 유열> 진짜 반갑고요. 저도 가끔 들었었는데 제가 이 프로그램에 나올 줄이야. 저는 요즘 “세상에 이런 일이”가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에요.
◇ 김현정> 그러세요? 뉴스쇼 출연 말고는 또 어떤 게 “세상에 이런 일이”셨어요? 이 사이에. (웃음)
◆ 유열> 물론 제일 큰 건 작년에 제가 연락받은 바로 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소식이죠. 어떻게 이런 일이. (웃음)
◇ 김현정> 어떻게 이런 일이. (웃음) 영화 제목에 어떻게 내 이름이 들어가? 정말 신기한 일이셨을 것 같아요.
◆ 유열> 처음에는 쑥스러웠고요. 전설적인 레전드 프로그램의 선배님들이 많이 계신데 왜 하필...
◇ 김현정> 왜 하필?
◆ 유열> 그런데 너무 영광스럽고 사실 너무 기뻤죠.
◇ 김현정> 저도 처음에 이 영화 제목을 듣고는 유열 씨가 이제 영화배우로 전업을 하시나? 유열 씨가 주인공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한 장면 나오기는 나오시는데 주로 목소리 출연이고.
◆ 유열> 그럼요. 1994년에 제가 첫 방송하는 날, 두 주인공 미수와 현우가 만나죠.
◇ 김현정> 김고은 씨, 정해인 씨가. 그 라디오를 들으면서. 일단 제가 진정을 좀 해야 돼요. 왜냐하면 영화를 보고 제가 너무 좋아가지고요.
◆ 유열> 감사해요, 이렇게.
◇ 김현정> 아직도 그 영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거든요.
◆ 유열> 감사합니다. 제가 감성적으로 김현정 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 김현정> 정말 좋더라고요. 일단 정말 좋은데 제가 좀 감정을 억누르고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보죠. 왜 정지우 감독은 왜 그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유열의 음악앨범을 꼽았답니까?
◆ 유열> 시작은 시나리오 작가로부터 시작이 됐죠. 저하고 음악앨범 13년 하는 도중에 6년 정도 같이 일한 분이 있는데 글이 진짜 좋았어요.
◇ 김현정> 그 작가, 라디오 작가가.
◆ 유열> 여운도 많고 여백이 많은 글. 제가 정말 기쁘게 글을 나눴었고 그분이 성장을 해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가 됩니다. ‘봄날은 간다’로 데뷔해요.
◇ 김현정> 봄날은 간다의 시나리오 작가가 이번 유열의 음악앨범의 작가고 그분이 전직 유열의 음악앨범 라디오 프로그램의 라디오 작가였던 거예요.
◆ 유열> 메인 작가였어요. 음악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알고 그랬던 분인데 그러니까 저는 너무 소름이 돋는 게 우리가 함께한 그 젊은 날에 그 시간에 바치는 저희 둘만이 아니라 그 시대에 우리에게 모두에게 바치는 헌시 같은 작품이다.
◇ 김현정> 게다가 얼마나 요즘 우리가 메말라 있어요. 저도 뭐 매일 뉴스를 하다 보면 정말 감성이 메마르는 걸 느끼는데 그 메마른 감성에 단비 같은 영화더라고요.
◆ 유열> 맞아요. 제가 사실은 저도 뭔가 좀 연결이, 저랑 연결돼 있는 영화라 막 자랑하기가 쑥스럽지만, 영화 보고 나서... 저는 지금 몇 번 봤겠어요.
◇ 김현정> 몇 번 보셨어요?
◆ 유열> 일곱 번 봤어요.
◇ 김현정> 일곱 번 보셨어요?
◆ 유열> 제 지인들하고 이렇게, 저렇게 모여서 가서 봤는데 볼 때마다 새롭게 또 발견되어지는 게 있고 건드려주는 게 있는데 그게 지금 김현정 님 말씀하신 우리가 잠깐 놓고 있었던 또 필요로 했던 그런 따뜻함, 기다림, 위로, 믿음. 요새 이런 게 우리 너무 필요하잖아요.
◇ 김현정> 너무 필요해요. 그냥 오로지 청춘의 사랑만이 아니라 그 안에 위로가 있습니다. 인간이 있습니다.
◆ 유열> 맞습니다.
◇ 김현정> 저는 인간의 숨 같은 걸 느꼈거든요. 그런데 그게 바로 라디오의 특성이기도 하잖아요.
◆ 유열> 맞아요. 아날로그 라디오랑 묘하게 그 시대의 그 정서랑 그 사랑의 모습이랑 살아가는 모습이 다 통하죠.
◇ 김현정> 저 한 번 더 보려고 그랬어요. 그런데 여하튼.
◆ 유열> 브라보! (웃음)
◇ 김현정> 지금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잠깐만 줄거리를 짧게 좀 소개를 해 주신다면?
◆ 유열> 글쎄요. 영화 내용은 줄거리는 모르셔도 될 것 같고요.
◇ 김현정> 몰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 유열> 이미 또 두 배우가 너무 녹아드는 연기로 두 배우 외에도 옆에 다른 배우들. 저는 특히 은자 언니.
◇ 김현정> 은자 언니, 김고은 씨의 언니 역할로 나오는.
◆ 유열>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오셔서 힘 다 빼고 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힘을 다 빼고. 그러면 큰 선물 같은 걸 받으실 거예요.
◇ 김현정> 맞습니다. 그러니까 이 얘기를 하다 보면 또 우리 유열 씨랑 함께 얘기하다 보면 라디오 얘기를 빠트릴 수가 없는데 80년대, 90년대를 살았던 우리들에게 라디오란 건 참 특별한... 물론 지금도 저에게는 참 특별합니다마는 특히 그 시절에 라디오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나게 특별한 존재 아니었어요, 유열 씨?
◆ 유열> 맞아요. 굉장한 힘이 있었죠. 그리고 굉장한 믿음을 줬고. 또 굉장한 메신저 역할을 해 줬고.
◇ 김현정> 유열에게 라디오란?
◆ 유열> 선물.
◇ 김현정> 아, 선물... 삶의 선물 같은 거.
◆ 유열> 이번에만 받아서 선물이 아니고 매일매일이 선물이었죠. 그 좋은 음악들, 그다음에 진짜 저희는 장르를 초월한 좋은 음악들 많이 나눴고 좋은 뮤지션들과도 많이 교류를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 그 미수와 현우 같은 분들의 그 사연들.
◇ 김현정> 주옥 같은 사연들. 이상하게요. 그 라디오 사연들은 굉장히 다 솔직해요.
◆ 유열> 정직하고 그때만 해도 편지도 많고 엽서도 많고 나중에 팩스 시절로 넘어가고 그리고 이제 인터넷으로 소통하게 됐는데 참 좋았어요. 지금도 갖고 있는 게 많이 있어요.
◇ 김현정> 갖고 계시는 게 많다고 해가지고 저희가 좀 부탁을 드렸어요. 유열의 음악앨범 그 라디오 DJ 시절에 유열 씨를 울리고 웃겼던 그 사연 중에 몇 개 좀 기억나시는 게 있으면 가져와주세요 했는데 가져오셨어요?
◇ 김현정> 어떤 게 기억나세요?
◆ 유열> 너무 길어질까 봐. 15분 정도라고 말씀하셔서. (웃음)
◇ 김현정> 맞아요.
◆ 유열> 그런데 제가 기억나는 사연 중에 저희 많이 회자되었던 사연인데 목련꽃 사연이라는 게 있었는데.
◇ 김현정> 목련꽃 사연 어떤 건까요?
◆ 유열> 두 분이 어렵게 연애하던 분들인데 남자분이 고시 공부하러 들어갔어요. 그런데 서로 연락이 또 끊긴 게 이 두 분 미수, 현우 같은 건데 두 분 케이스 같은 건데 여자분은 또 부모님이 아프셔가지고 간병하느라고 또 지방으로 내려가고요.
◇ 김현정> 끊겼어요.
◆ 유열> 연락이 끊긴 거예요. 어렵게, 어렵게 오랫동안 사랑했던 분들인데. 한 2, 3년 지났을까. 남자 분한테 연락이 왔어요. 너무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 김현정> 라디오로 사연이 왔어요?
◆ 유열> 그러면 또 저는 그런 사연에 더 정이 가니까 정성껏 소개했는데 그걸 들었어요, 그분이. 둘이 다시 만났어.
◇ 김현정> 영화네요.
◆ 유열> 다시 만났고 그게 이어져서 다시 사랑하고 결혼했어요.
◇ 김현정> 세상에. 우와.
◆ 유열> 방송국으로 찾아왔어요.
◇ 김현정> 잊으실 수가 없겠네요, 그건 정말 잊을 수 없는.
◆ 유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커플도 있고 또 중간에 오해가 있었던 커플도 있었고. 나름대로 다리 역할 좀 했습니다.
◇ 김현정> 중매를 많이 하셨군요. 많이 서셨군요. (웃음)
◆ 유열> 너무 감사한 추억들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 김현정> 정말 그렇네요. 또 기억나는 거. 사연 혹은 청취자?
◆ 유열> 마지막에 DJ 그만두기 전에 한 달 한 13년 마지막 그만두기 전에 한 달 동안에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청취자들이 많이 ‘사실은 저 듣고 있었고 저에게는 이런 사연이 있었고’ 그런 글들이 저를 먹먹하게 하고 너무 행복하게 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조용히 듣고 계시던 분들... 라디오가 그렇다르고요. 그렇더라고요. 그만둔다고 하면 그때부터 막 나타나세요. (웃음) 가지 마세요 하면서.
◆ 유열> 그런데 이번에도 정말 느꼈지만 우리가 사는 어떤 시간들이 그리고 어느 시간, 사람, 공간 이 모든 일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너무 감사하고 그래서 또 오늘 이 시간도 그 예전의 그 시간처럼 다 위대하다.
◇ 김현정> 그래요. 우리가 이제 90년대. 잠깐 잊고 있었던 그 90년대의 감성 속으로 쏙 빠져드는 장치들 하나하나가 참 너무 좋았는데 특히 유열 씨 보시면 일곱 번 보면서 영화 속에서 “이야, 이때 이랬었지”하는 거 어떤 거 기억나세요?
◆ 유열> 우선은 한 번 보신 분들도 너무 그 느낌들이 좋으실 텐데 골목길이요.
◇ 김현정> 골목, 동네.
◆ 유열> 그리고 계단 올라가고 옥탑방 있고.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조그만 베란다 앞에서도 둘이 기대서 너무 행복하고 조그만 책방. 또... 또 뭐 있죠? 조그마한 빵집.
◇ 김현정> 빵집. 무슨무슨 제과.
◆ 유열> 둘이 서로 약간 사랑의 케미가 시작되는 장면을 암시하는 게 비가 오잖아요. 그러니까 빵집 앞에 의자를 조그만 스툴 의자.
◇ 김현정> 그때 신승훈 씨의 노래가 나왔어요. ‘오늘같이 이런 창밖이 좋아.’ 이런 거.
◆ 유열> 맞아요. 그때 조용히 또 고은 씨가 옆에 와서 앉고 그 비를 바라보고. 저는 그런 장면들이 너무 찡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렇네요. 천리안이 나오고요, 여러분. 기억나시죠, 그런 것들?
◆ 유열> 맞아요. (웃음)
◇ 김현정> 폴더폰이 나오고 삐삐가 나오고. 지금 김옥자 님이 물어보시는데 “유열 씨도 영화에 출연을 하세요?” 그러시는데요?
◆ 유열> 한 장면 의미 있게 나옵니다. 아주 의미 있게.
◇ 김현정> 아주 의미 있는 한 장면으로 출연을 하십니다. 이야, 시간이 지금 훌쩍 가서 우리가 이제 인사를 나눠야 될 때가 됐는데.
◆ 유열> 벌써요?
◇ 김현정> 벌써요. 왜냐하면 노래를 한 곡 우리가 들어야 돼가지고요.
◆ 유열> 이제. 새 노래 얘기 안 했는데. (웃음)
◇ 김현정> 유열 씨가 신곡을 오늘 꼭 들려드리고 싶다라고 갖고 오신 게 있는데 제가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유열 씨의 신곡은 제가 다음에 오늘의 노래로 좀 틀어드리고 오늘은 그 영화 속에서 절묘하게 흐르던 그 곡. OST 가운데 한 곡을 좀 추천해 주세요.
◆ 유열> 좋아요. 제가 오랜만에 나온 새 노래도 꼭 진짜... 저는 요새 이 영화도 기적이고 새로 이 노래를 녹음한 것도 기적이거든요. 13년 만에 제가 녹음을 했는데요.
◇ 김현정> 13년 만에.
◆ 유열> 컨디션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기도하고 들어갔는데 풀어주셨어요. 그래서 녹음한 ‘내 하나뿐인 그대’는 다음에 들어주시고.
◇ 김현정> 꼭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는?
◆ 유열>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제 노래 중에 어느 한 곡을 찾아서 영화에 담았다고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는데 ‘처음 사랑’이라는 곡이에요. 노랫말, 박주연 씨의 노랫말이 너무 좋은 곡이에요.
◇ 김현정> 정말 좋습니다. 이 노래 들으면서 오늘 유열 씨와 함께 잠깐 우리 추억의 90년대로 돌아온 선물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 유열> 감사합니다. 이렇게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오늘 아침에 생방송으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서 다시 한 번 라디오의 그 매력 속으로.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건강하시고요. 다음에 또 초대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유열> 감사합니다.
◇ 김현정> 가수이자 DJ 유열 씨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