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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와 '82년생 김지영'…역사로 예측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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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역사로 예측한 미래

    두 영화를 향한 비난이 가리키는 것들
    "과거에서 해방돼 다른 운명 상상하기"

     

    "조커는 범죄를 미화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이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

    흥행 가도를 달리는 두 영화를 두고 일각에서 내놓는 주장이다. 이에 동조하든 그렇지 않든, 이러한 논쟁은 영화 매체와 사회가 서로 일정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전제 아래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은 위와 같은 주장대로 세상에 분란을 일으키려고, 악영향을 미치려고 만들어진 영화일까. 이는 "돈이 돼야 한다"는 상업영화의 대전제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해당 작품이 어떻게 해석되고, 그것이 얼마나 널리 공유되는가라는 영화 밖 영역에 달린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관객들 발길이 이어지는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돕는 해석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공공의 선에도 부합하는 까닭이리라.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에 사람들이 몰리는 데는 이들 영화가 특별한 감흥을 주기 때문일 터이다. 그 감흥의 핵심은 아마도 '나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로 여겨질 법한 동시대성에서 찾아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만인은 모두 평등하다"고 가르치고 배워 온 우리 시대의 예민한 감수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갈수록 심화하는 현실의 불평등을 향하고 있다. 이른바 인류 3대 차별로 꼽히는 '계급 차별' '성(性) 차별' '인종 차별'이 그 면면이다.

    영화 '조커' 스틸컷(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조커'에 나오는 어느 대사처럼, "잃을 게 없도록 만드는" 세상은, 더는 잃을 것이 없게 된 사람들을 갈림길에 서도록 만든다. '존엄을 포기할 것이냐, 쟁취할 것이냐.' 모순 가득한 당대를 비판한 찰리 채플린 영화를 보면서 폭소를 터뜨리는, '조커' 속 안일한 자본가들은 그것을 간과했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기에 이른다.

    이 영화에서 조커로 거듭나는 아서(호아킨 피닉스)는 역사 속 아돌프 히틀러(1889~1945)로 완벽하게 치환된다. "옛것이 죽고 새것이 아직 태어나지 못한 빈자리에 괴물들이 나타난다"는 이탈리아 정치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의 유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동명 원작 소설과 달리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결말에 당위 섞인 변화를 줌으로써,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울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지닌 문제 의식이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보다 비중이 커진 남편 정대현(공유)의 변화상은 오히려 특권에 대한 성찰을 강화한다.

    극중 우리 시대 보편적인 여성 김지영(정유미)이 겪는 질환은 성 불평등이 세대를 거듭하며 대물림돼 왔다는 것을 오롯이 증명한다. 그 시대 체제·기득권의 요구에 따라 주어지는 성 역할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쩌면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언급했던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주장이 힘을 얻으면 이득을 얻게 될 이들은 누구일까. 소위 '상위 1%'를 제외한 절대다수는 분명 아닐 것이다. 이 99%는 3대 차별 가운데 하나 이상과는 필연적으로 엮여 있을 테니 말이다. 약자인 나의 말과 행동이 강자의 논리를 지키는 데 활용되고, 오히려 마찬가지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석학 유발 하라리는 저서 '호모 데우스'(김영사)에서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아래와 같이 역설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과거의 영향을 피할 수 없으므로 이것이 완전한 자유는 아니지만, 약간의 자유라도 있는 편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98, 99쪽)

    영화 '조커'와 '82년생 김지영'은 역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다행히도 이 예측이 전하는 경고를 미리 알 수 있게 됐다. 더 나은 미래를 여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카드는 여전히 우리 손아귀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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