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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관련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이 성비위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다수 확인됐다. 성범죄 피해자를 일선에서 직접 만나는 경찰들이 되레 '성범죄 가해자'가 된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이런 사례가 10건이 넘는다. 경찰 조직 내 성인지 감수성이 심각한 수준이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CBS노컷뉴스가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 내부 감찰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여성청소년 △생활질서 △지하철경찰대 소속으로 성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모두 11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저지른 성비위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수준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A 경장은 지난 2018년 동료 경찰관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였던 동료를 성폭행해 파면됐다.
경기남부청 소속 B 경위는 지난해 해임됐다. B 경위는 부서 회식 중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휴식 중이던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과 관계를 안 하니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성희롱한 사실이 적발됐다.
여성청소년 부서는 아동이나 청소년, 여성과 관련한 성범죄를 주로 수사한다. 생활질서는 성매매 업소 등 불법 성매매를 단속한다. 지하철경찰대도 몰카 등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수시로 다룬다.
◇성범죄 수사 경찰이 가해자라니…여성단체 "있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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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경찰의 성비위는 그동안 공론화된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성범죄를 맡아 수사하는 경찰들이 이런 성비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앞서 경찰은 올해 5월 경찰서장급인 총경 승진예정자 51명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에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일부 교육생은 강사에게 "강의를 빨리 끝내라"고 소리를 지르고, 교육장을 박차고 나가는 등 강의를 방해해 '주의' 징계를 받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공동대표는 "수사 기관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곳이다. 그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더 이상 성범죄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믿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십수년 전 성매매 단속 경찰이 성매매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됐는데, 지금까지도 (경찰이)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성비위를 저지른 경관을 '일벌백계'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찰 성비위는 최근 5년간 연평균 50건이 넘는다. 엄중한 징계도 중요하지만, 조직 전반의 '성인지 감수성'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