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조작 의혹을 받는 '프로듀스 X 101' 안준영 PD와 제작진, 기획사 관계자 4명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엠넷(Mnet)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X 101'(프듀X)의 투표수 조작 의혹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면서 '프듀X'로 데뷔한 그룹 엑스원의 향후 활동에도 지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생명과도 같은 공정성이 크게 흔들리는 건 물론, 뒷돈을 대가로 투표수 조작이 이뤄졌다면 일종의 취업 사기를 꾸민 제작진의 법적 처벌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6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현재 투표수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이들은 '프듀X' 제작을 담당한 CJ ENM 안준영 PD를 포함해 김모 총괄 프로듀서(CP)와 이모 PD 그리고 김모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부사장 등 4명이다.
경찰은 업무방해·사기·배임수재 등 혐의로 이들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1일에는 법무부에 출국금지도 요청했다. '프듀X'의 투표수 조작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결국 법원은 전날 안 PD와 김 CP에 대해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사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경찰은 '프듀X' 데뷔조로 선발된 11명 가운데 일부 연습생의 최종 득표수가 실제로는 탈락군에 속했던 사실을 파악했다. 탈락군에서 데뷔조로 순위가 뒤바뀐 연습생은 2~3명 정도로 전해졌다.
스타쉽은 '프듀X'에 4명의 소속 연습생을 내보냈고, 그중 2명이 최종 데뷔했다. 앞서 '프듀X'에 출연했던 다른 연습생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프듀X는 사실상 스타쉽듀스였다"며 제작진과 스타쉽 사이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스타쉽 부사장이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을 두고 스타쉽 소속으로 최종 데뷔한 연습생이 실제로는 탈락군에 속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아울러 안 PD에게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된 이유로는 제작진과 기획사 사이 금전거래가 확인됐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듀X 투표 결과는 보안 유지가 매우 강조된 사안이라 극소수만 자료를 공유해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구조였다"며 "경찰 수사로 의혹만 있던 프듀X의 대국민 사기가 실체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프듀X'의 투표수 조작이 기정 사실화로 굳어지면서 엑스원뿐만 아니라 '프듀' 다른 시리즈로 데뷔한 그룹들의 입지까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취업 사기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들을 구제하라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고, 엑스원의 해체를 요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전에 방송된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무엇보다 투표수 조작이 실제로 밝혀질 경우 그간 공정성을 등에 업고 흥행과 수익을 올렸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는 상실되고 이는 가요계 전반에도 큰 지각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근간에는 공정성이라는 판타지(환상)가 깔려있다. 공정한 사회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틀을 보여줬는데 그 부분이 이제 깨져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프듀X 사태는 방송사와 기획사 모두 상업성만 추구하다가 극단으로 오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돌에) 쏠려있는 우리나라 음악의 다양성 부족을 반성하고, 방송은 공영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시즌4인 '프듀X'뿐만 아니라 시즌 1~3까지 프로듀스 시리즈 전체로 수사가 확대된 상태다. 여기에 여자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인 '아이돌학교'도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망에 올랐다.
'프듀X'와 마찬가지로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조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특혜를 받은 연습생과 반대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수가 대거 늘어날 가능성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