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투자대상기업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펀드'라고 적힌 펀드 운용보고서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제가 보고서를 찾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본 펀드의 방침 상 투자 대상에 대해서 알려드릴 수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월 2일 국회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문서 하나를 공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가족이 사모펀드에 불법적인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 들고 나온 '펀드 운용 현황 보고서'였다.
그러나 조 전 장관이 많은 기자들 앞에서 제시한 해당 문서는 검찰 수사 결과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교수의 주도 하에 '급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전 장관과 법무부 청문회준비단 모두 허위자료를 근거로 기자간담회에 이어 청문회까지 나선 셈이다.
◇ 조국이 들고 나온 '펀드 보고서', 장관 지명 후 처음 만들었다16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정경심 교수(조국 부인)의 공소장에 따르면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7년 7월 조 전 장관 가족의 투자를 받은 후 한 번도 펀드 운용현황보고서를 보낸 적이 없다.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지명한 후 사모펀드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자 같은 달 15일에서야 문제의 보고서가 처음 만들어졌다. 이상훈 코링크PE 대표 등 직원들은 이 보고서의 작성 시점을 '2019년 6월'로 기재했다.
또한 '사전에 고지해 드린 바와 같이 본 PEF의 방침상 투자대상에 대하여 알려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대표와 수차례 통화하면서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한 근거가 되도록 보고서 위조를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8월 21일 법무부 청문회준비단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담당자는 이 대표에게 연락해 정관에 따른 투자보고 자료가 존재하는 지 여부를 묻고 이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급조된 보고서는 그대로 법무부의 '공식 해명' 근거가 돼 배포됐고 조 전 장관이 직접 기자간담회와 국회 청문회에서 활용했다.
조 전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애초부터 가족끼리 구성한 펀드였는지 알지 못했다. 블라인드(펀드)냐 아니냐의 문제는 (앞서 제시한) 보고서와 금감원의 검사 기록이 있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보고서의 신빙성을 주장했다.
이어 "저희 가족도 본적이 없는 상태이니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검찰에서 밝혀져야 할 문제고 위법이 확인되면 법 앞에 합당한 제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가짜 증거를 당당히 제시…앞으로 청문회 믿을 수 있나"
인사청문회를 넘기기 위해 사실상 입증자료를 조작한 정황이 나타난 상황에서 법조계와 공직사회에서는 "황당하지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2017년 한 정부부처에서 장관 인사청문회 준비팀에 몸담았던 공무원은 "정책적인 부분에서는 기존에 일하던 공무원들이 후보자에게 조언을 할 수 있지만 일신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후보자 주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신상의 문제와 관련한 입증 자료에 대해서는 준비팀이 일일이 진위를 검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당 공무원은 "앞으로 장관으로 모셔야 할 분이 '진짜가 맞다'고 하는데 밑에서 일일이 따져 묻는 것은 불편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후보자가 제시한 근거 자료나 해명이 미심쩍어도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대표 등에게 지시해 사모펀드 운용보고서를 급조하는 등 증거를 위조한 과정에 조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떠나 다른 부처도 아닌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에서 '가짜 보고서'와 부실 해명이 등장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