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50년에 만에 시내버스가 전면 개편된 강원 춘천시의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진유정기자)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며 강원 춘천시가 반세기 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 가운데 버스 이용 불편을 호소하는 온, 오프라인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매일 오전 7시 10분이면 등교를 위해 춘천시 거두리 인근 아파트를 나서는 김선영(17) 학생은 버스를 기다리다 결국 택시를 탔다. 버스 개편 전 학교까지 직접 가는 S버스(스쿨버스)를 이용해 2년 동안 학교를 다녔는데 지난 15일 버스개편 이후 한 번도 버스를 타고 등교를 못 했다.
버스를 기다리면 지각을 할 것이 뻔하고 택시를 타자니 요금이 부담되다 보니 김 학생의 부모는 시청에 전화해 기존 버스노선대로 돌려놓으라고 항의까지 했다.
김 학생의 부모는 "기존 버스를 타고 잘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전에 시내버스 노선 안내, 교육도 없이 갑자기 바꿔놓으니 추운 요즘 벌벌 떨면서 버스를 기다린다"고 했다.
일부 학생들은 등하교 시간에 맞지 않는 시내버스 때문에 한 달에 4만 원~8만 원을 내고 사립에서 운영하는 통학차량을 이용하기도 했다.
수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승강장마다 배치한 '버스 도우미'에 대한 불만도 가득했다.
20일 춘천 중앙시장에서 인근에서 만난 주민 최명화(72)씨는 "안내 도우미가 있으면 뭐하냐, 내가 살고 있는 동네 가는 노선에 대해 설명을 잘 못한다"며 "4번 버스를 타야 되는 돼 벌써 50분이나 기다리고 있다며 사전 교육이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내를 하니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최 씨를 만난 이날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영하 7도를 기록한 날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춘천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한 SNS에서 누리꾼들은 "이번 노선 개편으로 집 앞에 하나 있던 정거장도 없어졌다", "대학생들만을 위한 노선인가?", "스쿨버스가 오전 6시에 오는 게 말이 되느냐" , "책상에서 머리 맞대고 나온 노선인 듯" 등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춘천시는 하루에 수백 통의 항의 전화가 오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시민의견을 수렴한 후 내년에 재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노선개편 이후 환승불편, 읍·면 마을버스의 중앙시장환승센터 승강장 혼선, 일부 기존 중복노선 폐지, 현금 사용 이용객 무료환승 불가, 읍·면·동별 출퇴근 시간대 배차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집집마다 개편 노선도를 배부하고 이·반장을 통해 주민 대상 1대 1 홍보, 읍·면지역 전 승강장에 버스시간 부착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