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준영, 주진모, 승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배우 주진모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휴대전화 해킹 사건이 또 한번 연예계 남성문화의 어두운 일면을 드러내면서 '제2의 정준영 사건'이 될 조짐이다.
지난 10일부터 주씨가 연예인 A씨와 나눈 메시지로 추정되는 게시물들이 급속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졌다. 해당 메시지에는 수영복 등을 입은 여성 사진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이 여성들에 대한 노골적인 외모 품평뿐만 아니라 성매매를 암시하는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주진모 동영상'을 찾는 움직임이 있어 2차 가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과거 정준영·승리 사건 당시에도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유포된 불법 촬영물 검색으로 피해 여성들에 대한 2차 가해가 공공연히 일어나기도 했다.
주씨 측은 현재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한 상황. 일각에서는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주씨를 비롯해 사건에 엮인 연예인들을 성매매 알선 등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해킹과 별개로 해당 대화내용을 토대로 한 불법촬영·성매매 등 혐의 인정은 가능한 것일까.
굵직한 성폭력 사건들을 담당해왔던 A 변호사는 13일 CBS노컷뉴스에 "만약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나체사진을 공유했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이 될 것이다. 또 대가성이 인정되는 성매매 알선 정황 등도 포착된다면 성매매 처벌법 등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시지를 나눈 시점이 2013년으로 알려져 실질적 처벌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변호사는 "두 가지 혐의 모두 형사적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불법촬영의 경우 최대 공소시효가 7년이고, 성매매 알선 등은 공소시효가 5년"이라고 덧붙였다.
주씨 측이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10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역시 피해 여성들과 연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센터는 연예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을 잠식한 왜곡된 남성문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준영·승리 사건 이후 또다시 여성을 인격적 존재로 보지 않는 남성문화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부대표는 CBS노컷뉴스에 "남성 연예인들의 특수한 일탈이라기보다는 이 사회에서 반복돼 온 '일상적 행위'라고 보는게 맞을 것"이라며 "대화에서 드러난 여성 혐오적 시선을 포함해 노골적인 성적 대상화, 성매매 등이 남성들에게 당연한 '일상'으로 대물림돼온 게 문제다. 잘못됐다는 인식 자체가 없으니 왜 여성들이 분노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런 문화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사회 구성원 안에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서 부대표는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문화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더 나와야 한다. 그래야 그 문화를 당연하게 공유해왔던 구성원들도 학습 기회를 가진다. 정준영·승리 사건 당시에도 '저런 단톡방은 누구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회적 문제가 되면 이와 관련된 논의가 발전해 나간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