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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주민들에게 새 정착지에서 보상받을 상가의 위치를 먼저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함상훈 수석부장판사)는 김모씨 등 평택 이주민 16명이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방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 등은 평택시 대추리·도두리에서 농사 등을 지으며 생활해온 사람들로, 미군기지가 평택에 재배치되면서 땅이나 시설의 소유권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미군이전 평택지원법)에 따라 2005년 이주민들을 위한 생활대책을 수립했다.
해당 대책에는 '협의에 따라 땅 등을 양도한 이들에게는 평택의 도시개발지역 중 상업용지 8평을 공급하고, 위치 선택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건폐율과 용적률 적용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주민들은 대략적으로 20~30평대 가게를 원하는 곳에 낼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이 대책에 따른 도시개발·공급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7년 분양 과정에서 김씨 등의 위치 선택 우선권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도시개발이 이뤄진 평택시 고덕면 일대 주민들에게도 같은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미군기지 이주민에게만 우선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다른 공익사업 관련 법률과 달리 미군이전 평택지원법의 '생활대책'은 상업용지 등을 통해 이주자가 이전과 같은 경제수준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주자의 특별공급 신청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우선권'의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재배치 사업은 다른 공익사업과 달리 정부가 매우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주민들을 강하게 설득한 근거가 됐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는 이주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면서 향후 이주할 택지와 상업용지의 위치를 임의로 우선 선택해 좋은 위치를 받을 수 있다며 토지 등의 양도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고덕지구의 원주민들과는 이런 위치선택 우선권에 대한 협의가 없었지만 미군기지 이주자들에게는 택지를 보상하는 과정에서도 우선 선택권을 인정했다는 점 등도 인정 근거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