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 격리병실을 찾아 김병관 서울시립보라매병원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대응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박종민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武漢)에 체류하는 교민 철수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전세기 투입을 사실상 결정한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2015년 에볼라 유행 당시에도 전염병 유행을 이유로 전세기를 투입해 교민을 대피시키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도 지난 26일 하루에만 확진자가 769명, 사망자가 24명 발생하는 등 확산이 이어지자 우리 교민을 빨리 탈출시켜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주 우한 총영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 오후 11시 55분까지 전세기 탑승 신청을 이메일로 받는다고 공지하며 탑승 예정일은 30일 또는 31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국적자는 우리 국민의 가족이라도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탑승할 수 없다. 37.5도 이상의 발열과 구토,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 등을 보이는 의심증상자 또한 탑승할 수 없고 중국 정부에 의해 우한에서 격리 조치될 예정이다.
총영사관은 "기존에 실시한 전세기 사용 수요 조사와는 별도로, 이를 제출했더라도 다시 양식에 맞춰 정식으로 '외교부 임차 전세기 탑승 동의서'를 신청해야 한다"며 "최종 탑승객 명단을 28일 홈페이지와 한인회 위챗 단체방에 공지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성인은 탑승권 구입비용으로 30만원, 만 2세~11세의 소아는 22만 5천원, 만 2세 미만 동반 유아는 3만원을 내야 한다. 이 비용은 오는 2월 28일까지 외교부 계좌로 송금해야 한다.
총영사관은 최종 탑승자 명단을 공지한 뒤 우한 시내 4곳을 집결지로 선정, 톈허(天河) 국제공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우한시에 체류 중인 한국 국민은 유학생, 자영업자, 여행객, 출장자 등을 합쳐 500~600여명으로 파악되는데, 그 가운데 400여명은 전세기 운영 시 귀국하겠다는 의사를 총영사관에 밝혔다.
전세기에 탑승한 이들은 잠복기를 감안해 귀국 당일부터 14일간 국가지정시설에서 임시 생활하게 된다.
총영사관은 함께 공지된 '외교부 임차 전세기 탑승 안내문'을 통해 "법률에 따라 전세기에 탑승한 모든 승객은 귀국 당일로부터 14일(잠복기) 동안 의무적으로 국가지정시설에서 임시 생활할 예정이다"며 "전세기에 탑승하기 전과 국내 공항에 도착한 뒤 검역 절차가 예정돼 있고, 모든 승객들은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한은 지난 23일부터 우한발 항공기와 기차 운행이 모두 중단되고 우한을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와 일반 도로도 모두 폐쇄되면서 사실상 도시가 봉쇄된 상황이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 또한 우한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을 철수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먼저 미국은 28일 전세기를 띄워 우한에 있는 미국 영사관 직원과 시민들을 샌프란시스코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일본 또한 교도통신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르면 28일 일본 정부가 현지에 전세기를 보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 우한 프랑스 총영사관은 우한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버스에 태워 인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체 푸조·시트로앵 그룹은 25일 성명을 내고 우한에서 근무 중인 직원과 가족 등 38명이 우한에서 대피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전세기 투입 날짜와 비용 문제 등을 포함해 각 부처와 중국 당국, 현지 공관 등과 막판 조율 중인 부분들을 최종 점검한 뒤, 28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 방안을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