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연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신종코로나 같은 감염병‧전염병 예측과 확산 경로를 파악하는데 데이터 분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항공데이터 + 65개 뉴스 + 동물‧식물‧해충 데이터 = 신종 감염병 위험 예측
(사진=블루닷 홈페이지 캡처)
감염병 예측 시스템을 만들어온 캐나다 스타트업의 인공지능(AI) '블루닷'은 지난해 12월 31일, 자사 서비스 이용 고객들에게 "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감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일주일 정도 지난 1월 6일 질병 확산을 공식 경고했고, 중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는 이보다 사흘 늦은 1월 9일 이뤄졌다.
블루닷 창업자인 캄란 칸은 "질병을 추적하는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던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닌 항공 티케팅 데이터에 주목했고, 그 결과 우한 폐렴이 우한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I가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일찌감치 발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데이터 분석이다. AI가 항공 데이터와 65개 언어로 나오는 뉴스들, 동물, 식물, 해충 관련 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뒤 연구원이 다시 크로스 체크해 결론이 도출된다.
◇ 빅데이터 활용 전염병 분석프로그램, 에볼라 확산 위험경고 WHO보다 빨라
최근 일주일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 위험(사진=헬스맵 홈페이지 캡처)
데이터 분석이 전염병과 감염병의 예측과 확산 방지 자료로 활용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버드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 전문가들이 만든 빅데이터 활용 전염병 분석프로그램 '헬스맵'이 대표적이다.
헬스맵은 지난 2014년 WHO보다 열흘 먼저 에볼라 확산 위험성을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헬스맵은 메르스 사태 때도 국가별 호흡기 질병 경고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IIJ 혁신연구소는 (IIJ Innovation Institute) 감염병 발생 빅데이터를 분석해 향후 발생 가능한 전염병을 유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공과대병원 감염 예측 프로그램은 산‧학‧연 협력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병원이 환자 데이터를 제공하면 대학(온타리오 공과대)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업(IBM)이 분석시스템을 제공하는 형태다. 이렇게 분석된 감염병 예측 데이터는 질병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신생아와 미숙아의 질병 발병 예측 등에 활용됐다.
◇ 국내 통신사, 검역 본부에 로밍 데이터 제공해 전염병 감염자 파악 도와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다양한 데이터가 감염병 대응에 활용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중국 로밍 데이터가 감염 경로 파악에 활용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3사는 질병관리본부에 중국 입국 로밍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데이터는 확진자와 능동감시대상자 등을 파악의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 때도 KT가 검역 당국에 제공됐던 로밍 데이터가 국내 감염자 파악 등에 중요한 자료 중 하나로 활용됐다. 이후 2017년부터는 통신3사가 모두 로밍 정보를 보건 당국에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KT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예방 시스템 추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본부 등과 함께 '통신 빅데이터를 활용한 감염병 차단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고, 공항 방역절차의 표준 제정을 위해 WHO와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
황창규 전 회장은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리더스 서밋 2016'에서 유엔과 글로벌 통신사들에게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빅데이터 공동과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KT 고위관계자는 "감염병 문제는 특정 국가가 노력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협력 시도를 이어가는 취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