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왼쪽) 전 부장검사와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사진=연합뉴스·JTBC)
자유한국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부쩍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성과도 나름 있었지만 당사자들에게 거절을 당했다는 소식이 연일 흘러나온다.
자신의 저서 '검사내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스타검사 타이틀을 갖게 된 김웅 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새로운보수당에 입당했다.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한다"며 검사복을 벗은 지 20여일 만이다.
한국당이 김 전 검사에게 접근한 건 그가 사의를 나타낸 직후부터였다.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은 물론이고 황교안 대표 측근인 김명연 비서실장까지 발 벗고 나섰다. 검사 선배인 한 중진 의원을 비롯해 법조계 인맥까지 총동원됐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검사의 선택은 유승민 의원의 새보수당이었다. 유 의원은 이혜훈 의원과 함께 그를 여러 차례 직접 만나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장검사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 쪽 분한테는 좀 죄송한 게 사실 어떤 문자를 받기는 했다"면서 "사실 전혀 그 응답을 안 했다"고 말했다. "문자를 소위 씹으신 거냐"고 진행자가 묻자 "네 읽씹(읽었지만 무시)이라고. 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개통령, 즉 애견인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씨도 한국당 요청을 받았지만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은 지난달 21일 황교안 대표가 강아지를 안고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했던 게 호응을 얻자 관련 일정을 추가로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강씨를 접촉해 정책 제언 등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강씨는 "제가 훈련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 직업을 바꾸는 일을 누가 쉽게 할 수 있겠냐"며 "그게 영입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당 영입 대상에 올랐던 전직 야구선수 박찬호, 외식사업가 백종원, 외과의사 이국종씨도 모두 거절한 바 있다. 백씨의 경우에는 한국당이 이전부터 오랜 기간 구애를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왜 이렇게 애를 먹는 걸까?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 정치권으로의 이적은 도박과 같은 모험일 수 있다. 운이 좋아 국회의원 당선에 성공한다 해도 4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
거론되는 스타급 명망가들로서는 그에 비해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 그런 점에서 꼭 한국당뿐 아니라 관계기관 '낙하산' 인사가 가능한 집권여당에서도 영입 작업이 그리 수월하지는 않다고 한다.
한국당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먼저 적폐, 꼰대 이미지가 여전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당 가서는 미래가 없다, 패가망신한다(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다. 다만 이런 지적에 이상일 전 한국당 의원은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지역구 공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보수통합 등의 문제가 얽혀 있어 영입인재에 대한 자리보장을 약속하기 어렵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일례로 4일 여성 법조인 영입인재를 공개할 때 당초 계획에서 한 명이 빠진 이유도 공천 문제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말이 나온다. 해당 인사는 서울 용산 지역구 출마를 언급한 뒤 일단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은 황교안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지역 중 하나다.
또 한국당은 이번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마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래한국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에 전략투표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한국당으로 입당해 비례대표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탈당 후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겨야 한다. 이 과정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아직 제시되지 않아 당사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좁게는 새보수당, 넓게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측과 추진 중인 보수야권 통합이 구체화 될 경우 그쪽 출신 후보와의 조율이라는 과제가 하나 더 생길 수 있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아직 이 부분까지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당 인재영입위 관계자는 사석에서 "각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보장받기를 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건 당 대표도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런 게 현실적인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