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원주갑에 출마할 것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총선 출마 여부를 두고 장고하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강원 원주갑으로 출마지를 결정했다.
더 험지인 지역구도 있는데 왜 원주냐는 지적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강원 권역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수도권·충북과 인접한 영서권의 원주를 책임짐으로써 향후 더 큰 행보의 발판을 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이 전 지사가 지난해 말 사면복권되자 여권 내에서는 원주 외에도 강릉, 춘천, 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 등 강원도 내 다양한 지역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다.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17대와 18대 재선 의원을 지냈고, 2010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도 과반 득표율로 당선이 됐던 만큼 강원권 어느 곳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카드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원주는 혁신도시 개발로 상대적으로 밭이 좋아진 반면, 강릉과 춘천은 권성동, 김진태라는 만만치 않은 미래통합당 의원이 버티고 있고, 옛 지역구 태백·영월·평창·정선·횡성도 이 전 지사가 없는 동안 통합당 염동열 의원이 재선을 할 만큼 험지로 변해, 이 전 지사와 같은 강력한 후보가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김진태 의원은 대놓고 이 전 지사에게 "춘천에 출마하라"고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전 지사의 원주갑 행을 두고 너무 안정에 방점을 둔 선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인구 구성이 수도권화 됐고, 출신 학교가 위치한 원주에 출마를 하겠다는 것은 이 전 지사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대권 잠룡으로서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원주갑 출마가 당의 요청이었고, 10년의 공백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험지에 출마했다가 떨어지는 것 보다는 나은 선택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최근 민심을 보면 원주를 포함한 강원도 어느 곳도 험지가 아닌 곳이 없다"며 "수도권과 인접한 원주를 중심으로 주변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이 전 지사가 원주에 출마하면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이해찬 당대표도 요청을 하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인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2일 오전 강원 춘천시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원주갑에 출마할 것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원주는 수도권과의 접근성이 좋을 뿐더러 제천, 충주 등 충북과도 인접한 영서권의 핵심 요충지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동시간이 더 필요한 영동보다 원주에 배치하는 것이 이광재라는 카드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민주당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은 "충북과 제천은 강원도와 생활권이 같고, 영동벨트로 불리는 구리와 남양주, 안산, 인천 등지에도 강원 출신 인구가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며 "강원도의 아들로서 강원권 전역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 전 지사를 영동에 발이 묶이게 하는 것은 그저 지역구 한 곳의 후보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지사가 당의 기대대로 원주갑에서 승리를 거두고 강원지역과 충북 북부, 영동벨트에서의 호성적을 내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상당기간 여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당내 잠룡들의 부진으로 얇아진 차기주자 선수층을 두텁게 하면서 동시에 선두 경쟁에도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유력 예비후보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 등 변수로 인해 고배를 마신다면 적지 않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원주갑에서 민주당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던 권성중 변호사가 이 전 지사의 원주갑 출마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달 29일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점은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권 예비후보가 20대 총선 원주갑 선거에서 134표차로 아쉽게 통합당 김기선 후보에게 의원직을 내줬음은 물론, 총선 이후 4년간 지역위원장을 맡으며 당 조직을 관리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총선에 후보를 냈던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원내 3당인 민생당이 원주갑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그나마 이 전 지사에게 다행인 지점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히 권 예비후보처럼 당 생활을 길게 하지 않았고 출마 의지가 강한 사람은 사전에 교통정리를 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전 지사 정도면 그런 변수는 압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