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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이 환자 내가 돌볼게", 간호사 "애들 다 키웠으니 내가 남을게"

경남

    의사 "이 환자 내가 돌볼게", 간호사 "애들 다 키웠으니 내가 남을게"

    [인터뷰] 코호트격리 한마음창원병원 - 배규민 상황실장

    -격리자청한 간호사들 "애들 다 키운 내가 남을게"
    -의사들 "나 아니면 이 환자 돌 볼 사람 없다" 자원
    -격리 중 8명 기저질환으로 사망, 음성판정
    -말기암 사망 아내 보며 남편 "바깥공기 못 쏘이고...미안해"
    -물자 부족 없었고, 병원 밖 현수막 응원에 감동
    -정상화까지 불안감..누구 탓 않고 신뢰회복에 최선

    지난달 26일부터 12일간 코호트 격리되었던 한마음창원병원 (사진=이형탁 기자)

     


    ■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배규민 팀장 (한마음창원병원 기획팀)

    한마음창원병원 배규민 기획팀장 (사진=배규민 팀장 제공)

     


    ◇김효영> 지난달 26일부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던 한마음창원병원.지난 밤에 격리조치가 해제가 되었고 격리자들이 모두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코호트 격리기간 중에 상황실장을 맡으셨던 분입니다. 한마음창원병원 배규민 기획팀장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배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배규민> 예, 안녕하십니까?

    ◇김효영> 다행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배규민> 예, 감사합니다.

    ◇김효영> 코호트 격리 들어가기 전, 예상은 하셨습니까?

    ◆배규민> 전혀 못했죠. 저희가 최초의 확진자가 발생을 했고 그 이후로 3일 정도 폐쇄를 거친 다음에 자체적으로 전층 방역소독을 하고 재개원을 하고 이틀 차에 또 추가 확진자가 나온 거에요. 물론 그때도 자가격리 중이던 사람이 확진이 되었는데, 역학조사관님들하고 관공서에서는 혹시 모르는 또 다른 동선이 생길 수 있으니 코호트 격리를 해야 되겠다. 그렇게 결정이 난 거에요.

    ◇김효영> 코호트 격리 통보를 받고 그때부터 출입이 봉쇄가 됐고요. 정신 없으셨겠어요.

    ◆배규민> 갑자기 결정이 났으니까 저희도 급하게 준비를 서둘렀고 최소인력만 남기고 우선 외래환자, 퇴원 예고자들을 신속하게 내보냈고. 그 다음에 직원들, 최소 인원만 남기고 일단 다 내보냈어요. 다음에 업무분장을 다시 정리를 해가지고 바깥에서 발열이랑 호흡기질환 유무를 체크를 하고 그런 질환이 없는 직원들만 다시 들어오라고 하고 그렇게 하니까 밤 11시 다 되더라고요. 그리고 정문 문을 잠그는 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통보를 하고 문을 딱 닫는데, 아...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그게 시작이었죠.

    ◇김효영> 그리고 12일 만에 해제가 되서 나왔습니다. 먼저 궁금한게, 코호트 격리 결정이고 되고, '같이 병원에 남자'는 말에 의료진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배규민> 먼저 직원들의 자원을 받기 시작했죠. 발열이랑 호흡기 질환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 들어가서 남아야 된다. 그러나 또 확진환자가 나오면은 연기가 되는 것이거든요.

    ◇김효영> 코호트 격리 기간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배규민> 네. 그러니까 내가 장담을 못한다. 최소 2주 동안은 3월 8일까지는 있어야 된다. 남아야 될 분들이 좀 필요하고 이런 분들 몇 분이 필요하다. 그래서 통보를 드리니까 처음에는 좀 망설이다가 한두 분씩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간호사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좀 경력이 있으신 분들이 '제가 남겠습니다' 하니까 옆에 있는 후배 간호사들이 '선생님 안돼요. 제가 남을게요. 제가 힘이 세니까 제가 남을게요' 라고 이야기를 하고요. 그러니까 또 선배 간호사는 '나는 애 다 키웠으니까 괜찮다. 너는 지금 애 낳은지 얼마나 됐다고, 됐다, 너희는 이제 들어가라'. 그러다가 한 분이 울게 되니까 다 울면서 '내가 남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참 그런 분들이. 행정실이나 지원직 같은 경우도 사실 힘을 써야될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남자직원들이 와가지고 '팀장님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니까 그런 것에 대해서 감동을 받는다, 이런 것을 못 느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은 참 정예멤버가 모였던 것 같습니다.

    ◇김효영> 정말 큰 결단이었죠. 스스로도 얼마나 겁이 나셨겠어요. 아무리 전문인력이라고 하지만. 언제 끝날 지 모르고, 그 안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어떻게 보면 공포스런 상황일수도 있는데, 서로 '제가 남겠습니다'라고 말씀을 하셨다니...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배규민> 맞습니다. 재난 상황 속에서 몸을 날리거나 뛰어 들어가는 그런 분들 있잖아요. 거의 그런 느낌이었어요.

    ◇김효영> 의사들도 필수 인력이 남았을 것 아닙니까?

    ◆배규민> 예. 6명이 계셔줬고요. 이분들도 사실은 흉부외과, 그리고 소화기내과, 신경과. 감염관리실장님도 계셨고. 그리고 한 교수님은 환자가 퇴원도 안 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도 안 되니까, '이 분은 꼭 봐야 되겠다. 나 아니면 볼 사람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면서 자원해서 들어오시기도 하고 그러셨어요.

    ◇김효영> 그 환자 한 분 때문에?

    ◆배규민> 네. 그러면서 다른 환자들도 내가 봐줄 수 있으니까 내가 들어가야겠다. 이렇게 하면서 스스로 들어오시는 분도 계셨고요.

    ◇김효영> 이 환자는 퇴원도 못하고 다른 병원에 옮길 수도 없다. 이건 내 환자다. 이 환자를 두고 나는 집에 갈 수가 없다. 내가 남아서 이 환자와 함께 다른 환자들까지 돌보겠다. 그런 의사분이 계셨군요.

    ◆배규민> 네네. 거의 대부분 계시는 교수님들이 그렇게 다 오셨어요.

    ◇김효영> 지금 꾸며내시는 것 아니죠? 미담 만들어내시려고. 하하.

    ◆배규민> 아닙니다. 지금 돌이켜보면은 참 그런 내용들이 있었기에 저희가 참 잘 나왔던 것 같아요. 결과도 좋게 나왔고. 전부다 해제가 되어가지고, 전원 다 음성판정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김효영> 그래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때 남아 계셨던 환자분들은 몇 분 입니까?

    ◆배규민> 88명이 남아계셨습니다.

    ◇김효영> 88명. 의료진은 몇 분이었습니까? 전체 행정직까지 다 합치면?

    ◆배규민> 다 포함해서 83분이 남아있었고요. 보호자가 19명 있었고. 청소해주시는 여사님까지 총 다해서 190명이 남았습니다.

    ◇김효영> 190명. 하지만 안타깝게 다 나오지는 못하셨죠?

    ◆배규민> 네. 사망하신 분도 8분 계셨습니다. 이 분들 같은 경우는 인위적 소생거부를 요청하신 분들이에요. 대부분 말기 암환자분들이나 만성질환으로 인해서 고령이신 분들이 더 이상 소생을 거부한다. 의미가 없는 소생을 하지 말아 달라 라고 하셨던 분들. 이런 분들은 음성으로 나와서 무관하게 기저질환으로 돌아가신 분들인데, 문제는 이 보호자분들이 못 나가시는 거에요.

    ◇김효영> 장례를 치르고 해야될 텐데.

    ◆배규민> 그러니까요. 상을 치러야되는데 보호자 분들이 통곡을 하면서 저희 직원들한테 '너희 부모라면은 그렇게 할 수 있냐'며 나가게 해달라고, '마지막을 왜 못 보게 하느냐' 라고 하는데 참. 그럴 때는 참 그렇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자면 오랫동안 병원 생활을 하다가 돌아가셨는데 여성분이셨고 나이도 40대 중반쯤 되신 분이셨는데 말기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격리기간 중에. 남편 분이 같이 계셨는데, 이 분은 시신을 바로 장례식장으로 보내지 않고 본인이 격리해제 되는 날 같이 나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안치실에 모시려고 하는데 남편 분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길래 '혹시 뭐 하실 말씀이 있냐'고 하니까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만 볼 수 있냐'고. '들어와 보십시오' 하고 시신 덮은 포를 살짝 열어드렸죠. 얼굴이 보이니까 남편, 보호자 분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잊혀 지지가 않는데, '여보 바깥 공기도 한번 쐬지도 못하고 이렇게 보내서 미안하다'고. '누구 엄마야 정말 고생 많았다. 편히 쉬어. 조금만 있다가 나랑 같이 나가자' 라고 울먹거리면서 말씀하시는데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런...(울먹임) ...또 생각하니까 눈물이 납니다.

    ◇김효영> '여보, 바깥공기도 못 쐬이고 이대로 보내는 구나. 미안하구려...' 그 현장을 지켜보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필요한 구호물자나 용품들,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까?

    ◆배규민> 첫날부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물자가 부족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방호복이 최초에는 조금 부족했죠. 마스크 같은 것도. 그럴 때 도청하고 보건소에다가 요청을 해서 해결을 했고. 외부에서 처음에 음식들을 또 많이 보내주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날 음식이나 즉석 조제한 음식들은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환자분들이 드시기에 곤란한 초콜렛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저희가 드리지를 못해서 퇴원하실 때 봉투에 담아서 퇴원기념선물이라고 다 나누어드리고 그렇게 했습니다.

    ◇김효영> 창밖은 보실 수 있었습니까?

    ◆배규민> 예. 나이 어린 간호사들은 뭐 남자친구가 오기도 하고. 바깥에서 막 피켓 들고 '사랑해' 이렇게 하면서 손 흔들고 이런 모습들도 있었어요.

    ◇김효영> 시민들이 걸어놓은 현수막도 보셨습니까?

    (사진=경남일보)

     

    (사진=경남도민일보)

     


    ◆배규민> 네네. 봤습니다. 정말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하나씩 하나씩 붙는데. 노란 리본이랑 붙으니까. 저게 뭘까 이렇게 봤는데 다들 응원을 해주시는 내용들이더라고요. 저희는 사실 안에 있으면서 제한된 정보만 듣다보니까 몰랐는데, 어떻게 보면 좀 비판을 받아야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꾸중하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김효영> 처음엔 그랬죠.

    ◆배규민> 네네. 저희 딴에서는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가지고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는데, 의외로 시민들께서 그래도 응원을 해주시니까 참 고마웠습니다.

    ◇김효영> 정말로 우리 시민들, 우리 국민들. 시민의식이 정말로 높은 겁니다.

    ◆배규민> 네, 맞습니다.

    ◇김효영> 지금은 힘을 합쳐서 이 위기를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마음을 다 모아주신 겁니다. 하나 걱정되는 게 있습니다, 팀장님.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한번 코호트 격리가 되고 나면 그 병원에 대한 이미지, 인상이 나빠지고, 그래서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들이 적지 않았단 말입니다.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배규민> 사실은 저희가 11일 8시부터 문을 여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과연 환자회복추이가 얼마나 빨리 정상화가 될까 이런 것에 대한 불안감이라든지 걱정도 참 많아요.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도 과거 메르스 때도 정상화가 되는데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걸렸다고 저희가 알고 있거든요. 저희 병원 같은 입장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사실 걱정이 많이 되는 중입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금 벌어진 일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는 경우잖아요. 저희가 겪어야, 감내해야 되고 하니까 최대한 정상화를 위해서 전직원이 다 합심을 해서 이끌어나가고 무엇보다도 우리 시민들과 도민분들한테 잃었을지 모를 그런 믿음과 신뢰, 사랑 그것을 회복하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12일 동안 환자, 그리고 생명을 잃는 환자들, 그리고 유족들의 울부짖음. 그 속에서 이 바이러스와 싸워야 되는 현장. 방호복을 입고 갑갑한 상황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12일 간을 버텨내신 많은 한마음창원병원 관계자분들, 그리고 환자분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관리했던 배규민 팀장님. 고생많으셨고요. 빨리 회복되길 저희도 기원하겠습니다.

    ◆배규민> 네, 감사합니다.

    ◇김효영>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눈 좀 붙이십시오.

    ◆배규민> 네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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