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재난기본소득 '외통수' 걸린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

경제정책

    재난기본소득 '외통수' 걸린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

    여당뿐 아니라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재난기본소득 시행' 압박 강화
    미국 등 외국 현금 지원 사례도 홍 부총리와 기재부에 부담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는 수요와 공급의 동시 충격, 실물과 금융의 복합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 경제 위기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전례 없는 대책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계와 경영계, 노동계, 금융계, 소상공인 대표, 시민 대표 등 경제 주체들과 함께한 지난 18일 청와대 원탁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전날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유례없는 비상상황이므로 (코로나19) 대책도 전례가 없어야 한다. 모든 자원과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수차례 '전례 없는 대책'을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에 주문했다.

    코로나19 추경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추경 편성에 나서게 한 이도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책적 상상력에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라"며 추경 편성을 지시했다.

    그러자 홍 부총리는 바로 그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는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코로나19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그렇게 마련된 추경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문 대통령은 18일 다시 전례 없는 대책을 강조했다.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문 대통령이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에 '경제와 민생을 지키기 위한 고강도 추가 대책 마련'이라는 난제를 던진 것이다.

    ◇ 문 대통령, 추경 통과되자마자 "전례 없는 대책" 또 강조

    지난 17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추경이 끝나자마자 '2차 추경'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도 "추경이 끝이 아니"라고 말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홍 부총리는 지난 2일 추경안 브리핑에서 "추경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며 필요하다면 그 이상의 대책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과연 기재부가 추가로 강구할 수 있는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재부 관계자는 "가용할 정책 수단은 많이 있다"며 "추경은 하나의 정책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0.5%포인트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한 한국은행과는 별도로 기재부 차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이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금융 부문 활성화 등을 들었다.

    그 외 재계에서 강력하게 요구하는 각종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임시투자세액공제 부활 등이 논의 가능한 정책 수단으로 나열됐다.

    그러나 이들 정책 수단은 대통령이 주문한 전례 없는 대책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경제정책 당국이 통상적으로 꺼내 드는 일반적 대책에 가깝다.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전례 없는 대책'에 딱 들어맞는데다 코로나19의 소용돌이 와중에 우리 사회 화두로 급부상한 게 바로 '재난기본소득'이다.

    ◇ '전례 없는 대책'에 딱 들어맞는 '재난기본소득' 도입

    (사진=연합뉴스)

     

    일반 국민 체감도가 떨어지는 감세나 저금리 대출 형태의 금융 지원보다 직접 현금 또는 현금에 준하는 지원을 하는 게 코로나19 극복에 더 효과적이라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재난기본소득 시행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홍남기 부총리는 이번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도의 합리성이나 공감대가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재원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전 국민에게 30만 원을 지급하되 대구·경북 지역은 50만 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머뭇거리는 사이 전북 전주시를 필두로 지자체들이 자체적인 재난기본소득 시행에 나서면서 중앙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전주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 명에게 '긴급생활안정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을 52만 7000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또, 강원도는 소상공인, 실직자 등 도민 30만 명에게 1인당 4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급기야 18일에는 서울시가 "중위소득 100% 이하 117만여 가구에 최대 50만 원 긴급지원하겠다"며 재난기본소득 시행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재난기본소득 시행에 미온적인 중앙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 박원순 시장 "시민 없는 건전 재정이 무슨 소용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건의’ 등을 발표하는 온라인 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 시장은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11조 7000억 원 추경으로는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기 어렵다"며 "파격적 논의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가 보이는 신중함의 배경 중 하나인 재정건전성과 관련해서도 박 시장은 "시민이 없는 건전 재정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앙정부가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재난 상황을 맞은 국민에게 절실한 긴급생활지원비 부담을 지자체에 떠넘긴다는 비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외국에서 전해져 오는 각국의 코로나19 대응 소식도 홍 부총리와 기재부에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1조 달러(약 1250조 원) 규모 경기부양책에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25만 원) 지급 방안을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미국인들은 지금 현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 개념의 현금 지원을 하는 나라는 미국뿐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난 16일 자 '세계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 등이 직접 소득 지원 조치를 확정하거나 검토 중이다.

    홍콩은 모든 영주권자에게 1만 홍콩달러(약 155만 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 미국, 홍콩, 싱가포르, 호주 등 줄줄이 코로나19 현금 지원

    또, 싱가포르는 21세 이상 모든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소득 및 재산에 따라 최고 300싱가포르달러(약 26만 원)를 지급할 계획이다.

    호주도 650만 명의 연금 및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1인당 750호주달러(약 58만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전례 없는 대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국내는 물론 외국발 압박 수위가 고조되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기본소득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와 기재부로서는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외통수'를 맞은 셈이다.

    당장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기본소득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한편, 재난기본소득 도입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역시 재원 마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민 대략 절반인 2500만 명에게 100만 원씩 지급한다면 총 25조 원인데 추경 말고는 달리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재난기본소득 도입이 결정된다면 2차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또, 지급 범위와 액수 등을 둘러싼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가 필요하고, 총선을 앞둔 야당의 반발도 예상돼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