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5일 오후 ‘긴급 강제역학조사’ 가 진행 중인 경기도 과천 이단 신천지 과천본부를 방문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과거에는 고기가 어디 있는 줄 알고 고기가 있는 곳에 낚시를 했다면 이제는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있어 보이는 곳에다가 투망을 해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데나 막 할 수 없고, 가능하면 뭔가 연관이 있는 곳에 투망을 해야 합니다"(이재명 경기도지사 2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출연 발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빠르게 '코로나19 투망戰'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사는 2월 21일 코로나19가 지역사회 감염단계로 접어들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감염위험이 높은 집단이나 시설을 상대로 선제적 예방조치를 취한다'는 이른바 '코로나19 투망전'을 선언했다.
◇ 이단 신천지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도민 기대에 부응한 것'이 지사가 가장 먼저 목표로 삼은 대상은 '이단' 신천지였다. 신천지 신자들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확진자수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이날 곧바로 도내 신천지시설 전수조사와 필요시 강제폐쇄라는 초강수를 꺼냈다.
이후 신천지 과천본부를 상대로 '강제 역학조사'를 벌여 도 연고 신도 3만4천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기도는 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유증상자 651명을 찾아냈고 최종 3명이 확진자로 판정됐다.
당초 예상보다 확진자 수는 적었다. 하지만, 신천지에 대한 이 지사의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는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경기도가 다음으로 노인과 장애인 등 감염병 취약계층이 머무는 의료·거주 시설로 눈을 돌렸다.
이는 당시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 부산 아시아드요양병원, 칠곡 중증장애인시설 등에서 외부 감염원 유입으로 집단 감염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3월 1일 노인요양시설, 노인양로시설,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병원, 정신요양시설, 정신요양기관 1천824곳에 대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감염자 발생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와는 달리 예방적 코호트 격리는 감염자가 없는 취약시설을 예방적 차원에서 일정 기간 보호하는 것이다.
입소자 가족을 포함한 방문자 면회가 전면 금지되고 외부 물품을 반입하려면 반드시 소독을 거쳐야 한다.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시작하자 경상북도와 광주시, 충주시 등도 뒤따랐다.
최근 대구 서구 한사랑요양병원에서 환자와 직원 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예방적 코호트 격리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경기도 역학조사관, 관계 공무원들이 25일 경기 과천시 별양동 신천지 과천총회본부에서 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제공)
◇ 정치인들 꺼리는 종교시설에 대해서도 '정공법' 택해이재명 지사는 코로나19가 확산일로로 치닫자 정치인들이 꺼리는 종교시설에 대해서도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주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월 7일 토요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검토..의견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종교시설 내 행사 자제를 요청했지만, 경기도 내 교회의 절반 이상이 다음날 집회 예배를 정상 진행할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종교 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집합 방식이 아닌 가정 예배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종교 행위 방식을 일시적으로 변경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글은 지금까지 30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왔다.
온라인 상에서는 '종교의 자유'와 '국민의 안전'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했다.
경기도와 도내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3월11일 간담회를 열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경기도는 그동안 검토해오던 '종교시설의 집회행사 전면 금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예방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종교시설에 한해서는 밀집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3월 16일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집합예배를 계속 고수했던 성남 은혜의강 교회에서 목사부부를 포함해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수원 생명샘교회와 부천 생명수교회에서도 이미 집단감염이 일어난 터여서 충격은 더 컸다.
경기도는 다음날인 17일 그동안 방역지침을 위반한 도내 교회 137곳에 대해 밀집집회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137개 교회에 대해서는 ▲입장 전 증상유무 체크 ▲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비치 ▲예배 시 2m 이격거리 유지 ▲예배 전후 교회 소독 ▲식사 제공 금지 ▲예배 참석자 명단 및 연락처 작성 등 7가지 방역지침을 지키 않으면 실내 집회예배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신천지 시설 폐쇄 (사진=경기도 제공)
◇ 여론의 힘을 얻는 '이재명식 소신 행정'경기도의 투망이 다음 목표로 삼은 곳은 다중이용 업종이었다.
경기도는 3월 18일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종교시설에 이어 비말감염 위험이 큰 PC방, 노래방, 클럽 등 3대 다중이용 업소에 대해서도 4월 6일까지 '밀접이용 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이들 업소들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감염관리책임자 지정 ▲이용자·종사자 전원 마스크 착용 ▲유증상자 출입금지(종사자는 1일 2회 체크) ▲이용자 명부 작성 및 관리 ▲출입자 전원 손 소독 ▲이용자 간 최대한 간격 유지 노력 ▲주기적 환기와 영업 전후 각 1회 소독 및 청소 등 7가지 방역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이단' 신천지를 상대로 시작된 '이재명식 투망戰'이 의료거주시설과 종교시설을 거쳐 다중이용업소까지 숨가쁘게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 침해', '보여주기식 행정' 등과 같은 논란과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코로나19가 몰고온 위기는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보건 위기'로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장하성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지금은 전세계가 이미 준전시상황에 들어섰다"면서 "코로나19가 뇌관이 돼 촉발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97년 IMF사태를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는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증유의 보건·경제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이 때문에 '비상한 상황에서는 선제적 비상 조치가 필요하다', '감염병은 지연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만 있다면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이재명식 소신 행정이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