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26일 오후 국회를 찾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여당의 비례전용당인 더불어시민당과 일부 여권 지지층이 모인 열린민주당이 핵심 지지층을 사이에 둔 제로섬(zerosum)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로 '진짜'라며 두 여권 비례정당들의 지지층 차지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조국 사태'도 다시 소환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지지층만 바라보는 경쟁에 중도층을 잃어버리는 '충성 경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8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한 결과,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도 전주보다 2.9%p 상승해 올해 최고치인 45.0%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의 비례전용당인 더시민당은 28.9%에 그쳤다. 열린민주당이 11.6%를 기록하며 지지율을 나눠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통합당은 28.0%를 기록 통합당의 지지율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열린민주당 때문에 더시민당의 비례명부 중 후순위로 배치한 민주당의 비례후보들이 당선이 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당에서는 이른바 '친문 마케팅' 열을 올리고 있는 열린민주당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을 그으면서 지지층 지키기에 나선 셈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5일 직접 나서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 출신이면서 열린민주당 후보로 가 있는 김의겸, 최강욱 후보를 두고 "청와대 출신 인사가 험지가 아닌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 윤건영 후보(서울 구로을)도 지난 25일 SNS에 "민주당이 합류를 결정한 건 시민당"이라며 "힘을 모아 달라"고 힘 싣기에 나섰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후보(서울 광진을)도 청와대 출신들의 열린민주당 직행에 대해 자제를 촉구하며 지지층에 더시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8일 오후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린 열린민주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참석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하지만 열린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조국 사태'를 앞세우며 지지층 끌어모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보다 더 '친문(親文)'임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에 오른 최강욱 전 청와대 비서관은 "검찰이 제대로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으면 일상의 삶을 언제든 파괴할 수 있다는 거 모든 시민이 느꼈을 것"이라며 "검찰의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가는 언론을 통해 언론개혁의 절박함도 체감하게 해줬다"고 조국 논란의 기억을 소환했다.
비례대표 8번을 받은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 황희석 변호사는 "지난해 흔히 말하는 '조국 사태'는 정확하게 말하면 '검찰의 쿠데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발씩 '누가 더 친문이냐'를 과시하는 과열 경쟁의 조짐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친문 경쟁 과열이 지지층 분열뿐 아니라, 중도층 유권자들의 표심 이반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쟁 과정에서 '조국 사태'가 환기될 수록 중도층의 표심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국 사태 속에서 민주당이 '버티기'를 할수록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일단 민주당은 열린민주당과 계속해서 선을 그으면서 다양한 시민사회계 후보를 영입했다는 점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공략할 전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더시민당간 정책이나 이념 성향 등에서 뚜렷한 차이가 없어 여권 내 두 비례정단 간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