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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우리 교민들, 中 '진드기 호텔'서 공포의 격리…"살려달라"

사건/사고

    [단독]우리 교민들, 中 '진드기 호텔'서 공포의 격리…"살려달라"

    • 2020-04-01 17:06

    2주 전 항공기 타고 중국으로 건너간 우리 교민들, 현지서 단체격리 중
    中 톈진 A호텔에 격리…"곰팡이 핀 비위생적 공간"
    "난방도 안 돼 뜨거운 물병 껴안고 자다가 화상까지"
    중국인 유학생 130여명과 함께 생활…현지 언론서 '확진 소식'도
    우리 정부, 세부 정보 파악도 안 돼…"중국 비협조" 말만

    중국 톈진에서 우리 격리 교민이 보내온 호텔 내부 사진(사진=교민 제공)

     

    지난달 항공기를 타고 한국에서 중국 톈진으로 건너간 우리 교민 수십 명이 현지의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코로나 19 관련 단체 격리 생활을 하며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파악됐다.

    이들은 난방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유럽에 다녀온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격리돼 생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항공기에 동승했던 외국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뒤늦게 전파되면서 내부 상황은 '아비규환'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중국 당국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어 교민들의 감염 여부와 확진자의 신원 등 정확한 상황파악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교민들, 중국서 '공포의 격리생활'…"시설서 진드기까지 나와"

    한국인 67명과 중국인 60명 등 모두 12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 에어차이나 항공기는 지난 18일 낮 12시1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중국 톈진 빈하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승객들 가운데 중국 남개구 지역으로 가려던 한국인 41명은 도착 직후 톈진에 있는 A호텔에 단체 격리됐다. 이날 0시를 기점으로 모든 입국자들을 집중 격리하기로 한 중국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격리된 교민들은 대부분 우리 기업이나 기관의 현지 주재원이거나 그 일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갇힌 시설은 말만 호텔일 뿐, 내부 상태는 정상적인 격리 시설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A호텔은 지난 1월 중국 정부가 격리시설로 사용하기 위해 강제 영업 중지 명령을 내린 곳으로,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있고 심지어 진드기까지 나오는 등 위생상태가 엉망이었다는 게 격리 교민들의 설명이다. 실제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호텔 내부 사진에는 녹슬거나 뜯겨진 시설 곳곳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교민들 중 일부는 두드러기가 오르는 등 피부병 증상도 호소했다.

    이곳에서는 공기 중 감염 우려를 이유로 난방기조차 가동하지 않아 교민들은 추위와도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한 교민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얼마 전 한 격리자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페트병에 따뜻한 물을 부어 몸을 녹이는 과정에서 허벅지에 화상을 입기도 했다"며 "호텔에 상주하는 중국 의료진에 화상 연고와 소염 진통제를 요구했지만, 구비된 것이 없어 외부인에게 조달받으라는 답변만 들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외국에 나가있는 교민들은 이렇게 방치하고, 외면해도 되는지 너무도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중국 톈진에서 격리중인 우리 격리 교민이 보내온 호텔 내부 사진.(사진=교민 제공)

     

    ◇열악한 시설에 '오락가락' 감염 관리까지…교민들 '구제 호소'

    기준이 모호한 감염 관리와 뒤늦게 인지하게 된 항공기 동승자 등의 확진 소식도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교민들의 '구제 민원'이 빗발치자 우리 영사관은 부랴부랴 중국 측과 소통에 나섰고, 70세 이상 고령자, 미성년자, 기저질환자 등을 선별해 3월22일부터 나흘 간 우리 교민 41명 가운데 26명만 자가 격리로 전환시켰다.

    그러나 항공기 동승자 가운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입국 11일 만인 3월29일 뒤늦게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자가 격리로 전환 됐던 우리 교민 중 일부가 다시 호텔로 불려오는 이상한 상황도 벌어졌다.

    그 결과 1일 현재 A호텔에 격리된 교민은 19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현재 유럽을 거쳐 중국으로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유학생들은 모두 130여 명인데, 이들 중 다수는 우리 교민들과 같은 층에서 격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 중국인 유학생 가운데 2명도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격리자는 이 같은 관련 확진자 정보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다며 "하루하루 두려움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격리된 교민들은 열악한 환경 속 두드러기 등 피부병 증상도 호소하고 있다.(사진=교민 제공)

     

    ◇확진자 정보조차 없는 외교부…"중국 측 비협조" 말만 되풀이

    우리 정부도 관련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외교부는 우리 교민들과 함께 항공기에 탔던 외국인 동승자 가운데 1명이 정확히 언제 확진 판정을 받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CBS노컷뉴스가 지난달 30일부터 관련 문의를 이어가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확진자의 국적도 중국인으로 추정할뿐, 상세 정보는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교민들의 코로나 19 감염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아는데, 계속해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자 격리된 우리 교민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구제를 호소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게시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조속한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며 "저희 가족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갈수 있게 우리 정부에서 좀더 자국민에 대한 배려와 보살핌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호텔에 남아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격리 시점부터 2주가 흐른 2일 0시에 격리 해제될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다만, 단체격리 해제 후 자가격리나 또 다른 형태의 격리 조치가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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