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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주빈 '숙적' 제거 미행·신상털이…'조폭' 방불

사건/사고

    [단독]조주빈 '숙적' 제거 미행·신상털이…'조폭' 방불

    체스터 방에서 '범죄수법' 배운 뒤 독립
    조폭처럼 기존 조직 꺾으며 세력 성장
    직원 시켜 체스터 오른팔 미행해 신상 털어
    박사방으로 회원 모이기 시작하며 세불려
    유료회원들 조주빈에 '충성서약'하며 맹종
    직원들 역할 나눠 가상화폐 현금화해 전달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텔레그램 내 다른 성착취물 제작·유포방 운영자들과 세력 경쟁을 하면서, 이 과정에서 숙적을 미행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폭력배의 세력 다툼과 다를바 없이 N번방 운영자들끼리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서로를 공격한 것이다.

    피해 여성들의 약점을 잡아 성착취물을 제작하게 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도 모자라, N번방 운영자들끼리 조폭을 방불케 한 세력 싸움을 해온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기관이 이들에 대해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조폭과 꼭닮은 범행 수법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조주빈, 경쟁자 '체스터' 완장방 공격 위해 미행·신상털이…조폭 세다툼 방불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가 처음 텔레그램에 나타난 것은 지난해 7월쯤 이었다. 당시 조씨는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방 3세대로 불리는 '체스터(chester)'의 '완장방' 일원으로 활동했다. (관련기사 : 조주빈, 텔레그램 성착취 '4세대'…N번방 계보 총정리)

    이후 지난해 9월쯤 박사 조주빈은 독자적으로 '박사방'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기 시작했다. 이때 완장방 일원이었던 닉네임 '부따'와 '사마귀' 또한 조씨에게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측 변호사는 지난 1일 박사방 공동 운영자로 '부따', '사마귀', '이기야'를 언급했다.

    박사방으로 회원들이 점점 옮겨가자 위협을 느낀 체스터는 조씨를 견제했고, 대립하기 시작했다. 그는 텔레그램 내에서 부하들을 시켜 "박사는 사기꾼"이라고 소문을 냈다.

    이에 조씨는 체스터의 부하 중 오른팔 격인 A씨를 공격하기로 마음먹고 접근했다. 조씨는 박사방 '직원'을 이용해 A씨를 오프라인으로 불러냈고, 이를 통해 얼굴과 이름, 휴대전화 번호 등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 '직원'은 박사방 회원 중에서도 조씨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이들을 일컫는다.

    조씨는 숙적인 체스터 부하 A씨의 개인 정보를 텔레그램 방에 공개했다. 당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추정되는 캡쳐본을 보면, 조씨는 직원을 A씨의 집까지 미행하도록 만들었고 이를 영상으로 찍어 올리면서 주소까지 공개했다.

    캡쳐에 따르면, 조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A씨에게 "넌 죽었다. 지금 집으로 간다. XX(직원으로 추정)가 칼들고 갈겨"라면서 A씨 부모 역시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이 '익명성'을 무기로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범죄를 저질렀던 만큼 조주빈의 '신상공개' 공격으로 체스터 밑에 있던 A씨는 텔레그램 N번방 세계에서 사라졌다. 이후 체스터 역시 잠적했다. 경찰은 현재 체스터를 추적하고 있다.

    숙적인 체스터가 사라지면서 조씨의 박사방으로 회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박사방에 접속한 닉네임 1만 5000개 가량을 확보한 상황이다.

    ◇유료회원들, 조씨에게 '충성서약'…역할 나눠 가상화폐 현금화해 전달

    (이미지=연합뉴스)

     

    조씨는 체스터가 만든 비밀 대화방에서 성착취물 제작·유포 등 범죄수법을 배운 뒤, 독자적으로 세력을 구축한 다음 모태였던 조직을 공격해 와해시킨 것으로 보인다. 마치 조폭 세력 경쟁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조씨는 경쟁 세력을 꺾기 위해 '신상공개'라는 무기를 적극적으로 휘둘렀다. 익명성을 전제로 범죄 행각을 벌이는 이들에게 신상이 공개된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때도 조씨는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공익요원들을 적극 활용했다.

    박사방 회원들 역시 조폭 세계의 조직원을 방불케 했다. 유료회원이 되려면 '새끼손가락과 얼굴이 나온 사진'과 '신분증' 등으로 박사에게 '인증'을 했기 때문이다. 조씨로부터 성착취물을 공유 받기 위한 일종의 '충성서약'을 한 것이다.

    개인정보가 조씨에게 넘어간 이들은 조씨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이들 중 일부는 오프라인에서 피해 여성을 미행하거나, 실제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는 등 범죄 행각을 일삼았다. 이들은 인출책, 전달책, 수거책 등으로 서로 역할을 나눈 뒤 가상화폐를 현금화 해 조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범죄단체 조직죄'를 박사방 사건에 적용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범죄단체 조직죄는 범행이 지휘·통솔체계를 갖춘 상태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경우 적용되는데, 통상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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