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긴급사태 선언 의향 밝히는 아베.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를 끝까지 외면하려 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마침내 긴급사태 선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대책도 발표했다.
아베 총리는 7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도쿄도(東京都) 등 7개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긴급사태가 선언된 지역은 도쿄도,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지바(千葉)현 등 수도권을 포함해 오사카부(大阪府), 효고(兵庫)현, 후쿠오카(福岡)현 등 7개 지자체들이다. 아베 총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의 행동 변화"라며 대인 접촉을 대폭 줄여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추세라면 일본 내 감염자는 2주 후에 1만명, 한 달 뒤에는 8만명이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발령기간은 다음 달 6일까지 약 한 달간이며 선포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된다. 지난 2013년 4월 발효된 '신형인플루엔자 등 대책특별조치법'(이하 특조법)에 따른 긴급사태 선언은 이번이 첫 사례다.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 선언에 앞서 코로나19 관련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 상황이 긴급사태 선언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자문했고 자문위는 현 상황이 긴급사태 선언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긴급사태 선언된 7개 지자체장은 외출 자제와 휴고 등을 요청할 수 있게 됐으며 영화관과 백화점, 운동시설, 유흥시설 등의 이용 제한과 음악과 스포츠 등의 이벤트 개최 중지를 요청하거나 지시할 수도 있다. 임시 의료시설 설치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을 소유주의 동의 없이 사용하거나 철도회사나 운송회사 등에 의료물자 운송을 요구할 수도 있다.{RELNEWS:right}
하지만 지자체장들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우가 의료시설 설치를 위한 토지 및 건물의 사용과 의약품 및 식품의 수용 정도로 극히 제한돼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긴급 선언에는 도시 봉쇄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선언 지역에서 도시나 도로를 봉쇄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대중 교통 수단의 운행도 지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또 경증 감염자 수용을 위해 간토(關東·수도권) 지역에 1만실, 간사이(關西) 지역에 3천실의 호텔 등의 숙박시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긴급 사태 선언과 함께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 대책도 함께 내놨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는 전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108조엔(약 1200조원)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이같은 수치는 리먼 사태로 발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온 경제대책 56조8천억엔 규모의 2배,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재정 지출만 39조 5천억엔(약 440조원)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14조5천억엔 규모의 적자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첫 적자국채 발행이다.
이번 대책에는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 대해 30만엔 씩의 현금을 나눠준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세대주의 월 소득이 코로나 발생 전보다 감소한 저소득 가구와 소득이 절반 아래로 감소한 고소득자를 제외한 가구가 지원 대상이다. 현금 지원 규모만 6조엔으로, 전체 5천800만 가구 중 약 1천만 가구가 지원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베 총리가 긴급선언을 한 7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전날보다 362명이 늘어난 5165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는 1명 늘어난 109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