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오른쪽부터), '강남 클럽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김상교씨 등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n번방 피해신고센터 등 n번방 피해 종합대책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절정으로 치달은 선거전에 텔레그램 n번방 사건까지 네거티브 공세에 활용되고 있다. 미성년자·여성에 대한 가학적 성범죄가 발생한 n번방 사건을 정치권에서 선전용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버닝썬' 사건 제보자인 김상교 미래통합당 n번방 TF대책위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동시에 비판했다. 자신이 지난해 n번방 등 성범죄 사실들을 제보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양당이 은폐했다는 주장이었다.
김 위원은 "2018년 12월부터 경찰뿐만 아니라 여성가족부, 서울시청 등에 제보를 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철저하게 묵살당해서 결국 2019년 3월 25일에 종로에서 민주당 중진 의원을 만났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청와대와 연결돼 있다던 그들은 자신들이 요구했던 정치 공작의 공범행위에 쉽게 응하지 않자 철저하게 피해자들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떠났다"면서 "버닝썬 마약 성범죄 사건, 정준영 카톡방 사건, 다크웹 웰컴투비디오 사건 등을 잘 수사했다면 n번방 사건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번방 방지법 제정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낸 정의당을 향해서는 "정의당 지도부의 의원실과 지난해 3월 11일에 만나서 이 성범죄를 미리 알렸지만 외면했었고, (정의당은) 자신들이 한 짓은 기억도 못하는 채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미래통합당을 공격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의당은 김 위원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해 "당시 김씨의 이야기는 버닝썬 사건 관련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이었고, '성범죄를 알렸지만 외면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 역시 이와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김 후보는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버닝썬 사건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부하인 윤 총경을 비호하기 위해 철저하게 은폐됐다. 2018년 12월 당시 버닝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n번방 사건이나 성폭력 동영상 거래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n번방 사건을 밀접하게 엮었다.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후보가 4일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에서 거리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n번방' 호기심 발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일 방송 토론에서 "호기심으로 (n번방) 들어왔다가 활동을 그만둔 사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자 미래통합당 주요 인사들은 이를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이준석 후보는 '실수'로 치부했고,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일부 해석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법률적인 양형이 관여자들의 관여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놨다.
장외에서는 진보계 대표 인사인 김어준씨가 '미투'에 이어 'n번방'에도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씨는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n번방 사건을 두고 "공작의 냄새가 진하게 난다. (정치) 공작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n번방 사건을 정치적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이런 행태는 결국 본질적인 성착취 문제를 지우고,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하나의 정치 주체로 인지하지 못하는 남성 중심적 정치권의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