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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영상]기자가 10대인척 랜덤채팅 해봤더니

    [n번방, 그후①]
    도처에 널린 n번방 "남성도 피해자 될 수 있어"…10대 男 피해자↑

    6일 기자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랜덤 채팅'을 검색하자, 250개의 랜덤 채팅앱이 나왔다. 이 중 상위 검색된 한 앱을 골라 19살 여성으로 프로필을 입력, 접속했다.

    가입한 지 1분도 안 돼 8명에게서 쪽지가 몰려왔다. 이 중에 절반은 인사를 채 주고받기도 전에 "오늘 만나자", "사진을 보내 달라", "어디 사느냐"는 식으로 접근했고, 특히 2명은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요구했다.

    A는 다짜고짜 "성교육 받을래?"라면서 말을 걸었고, "~~하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을 쏟아냈다. 이를 거부하자 "당장 너를 찾아서 해를 가하겠다"며 협박했다.

    B는 "돈 필요하지 않냐, 수도권 살면 알바하지 않겠냐"며 접근했다. 무슨 알바냐고 묻자 "XX는 얼마, XX는 얼마, 본인은 진상도 아니고 매너도 있다"며 특정 성행위를 해줄 것을 재촉했다.

    (사진=연합뉴스)

     

    트위터와 구글 등 플랫폼은 n번방 논란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도 여전히 트위터에는 '일탈계', '섹트', '살색계'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섹트계'와 '일탈계' 등은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이나 '박사방'이 수만 명의 회원을 모집하고, 피해 여성들에게도 접근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청소년들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나, 호기심 또 이성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직접 노출 이미지를 올리기도 하지만, 이 틈 노린 성인들이 불법 촬영했거나 성 착취한 영상물을 유통하기도 한다.

    심각한 것은 해시태그나 게시물 단어로 '고딩'이나, '중딩', 심지어 '초딩'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까지도 음란물을 자체 제작했거나, 촬영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 김지현 주무관은 "이런 트위터 게시물에는 남녀 구분이 따로 없고, 미성년자들도 다수 노출돼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올리기도 하지만, n번방처럼 성인들을 불법 성인 사이트로 유인하기 위해 노출 사진을 맛보기 식으로 올리기도 하고 실제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 "아동·디지털 성범죄, 남성도 피해자 될 수 있다"…10대 男 피해자↑

    현재 디지털 성범죄는 법적으로 개념 정의가 돼 있지 않다. 다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이미지, 영상 제작, 유통 등으로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성적 수치심을 주고,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가하는 행위로 통용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불법 성폭력 촬영물은 '성착취물'에 가깝다. 범죄 형태도 제작형, 유포형, 참여형, 소비형으로 구분된다. 범죄 가해와 피해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기존 성범죄와 다르다.

    가해도 한 명이 아닌 집단인 경우가 대다수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영상물은 끝없이 복제되고 유포된다. 플랫폼도 옮겨 다닌다. 디지털 기기가 보급될수록, 기기 사용 연령이 낮아질수록 범죄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피해자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 상담 현황(19.1.1~11.30)을 분석한 결과, 총 1936명의 피해자에게 상담·삭제·수사 지원 등 9만 6052건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원 건수 중 삭제 지원은 9만 33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지원센터가 2018년 4월 30일 운영을 시작 뒤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8개월간 이뤄진 2만 8879건 (전체 3만 3921건)의 삭제 지원 건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피해 건수 3368건 중 유포 피해가 1001건(29.7%)로 가장 많았고, 불법 촬영 875건(26%), 유포 불안 414건(12.3%) 순이었다.

    특히 갈수록 연령이 어려지고, 남성의 피해 접수 비율도 높아지고 있었다. 지난해 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자 1936명 중 여성은 1695명, 남성은 241명으로 집계됐다. 남녀 모두 전년도 1106명, 209명에서 증가한 수치다.

    연령별로는 (피해자 자신이 연령을 밝히지 않은 929명 제외) 여성의 경우 20대가 전년도 438명(전년도 218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증가율로만 따지면 10대 피해자가 전년도 95명에서 258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같은 기간 2,30대 남성 피해자도 각각 33명에서 41명, 11명에서 18명으로 늘었다. 10대 남학생의 경우 16명에서 33명으로 남성 피해자 중에 가장 증가폭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지명규 여성정책팀장은 "디지털 성범죄를 젠더 이슈로 보면 안 되고 남성도 얼마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면서 "딥페이크라고 해서 기존 영상물에 얼굴을 붙여 만드는 프로그램이 보급돼 있고 만드는 것도 간단하다"고 말했다.

    또래 청소년들의 기존 왕따 문화가 성적인 모욕을 주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실제 초등학교 2학년 애들이 집에서 놀다가 한 아이가 친구의 벗은 모습을 찍어서 단톡방에 올린 경우가 있었다. 아무리 장난으로 올린 것이더라도 이 사진이 단톡방에서 끝날지 어디까지 유포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 피해자는 특정 연령에, 또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단 설명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국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 F 성폭력 상담소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에 남학생들이 매우 많았다"면서 "고등학교 아이들이 모르는 사람하고 채팅을 하면서 자기 몸 사진을 찍는 일을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이 훨씬 더 쉽게 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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