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경남CBS <시사포커스 경남=""> (창원 FM 106.9MHz, 진주 94.1MHz)
■ 제작 : 윤승훈 PD, 이윤상 아나운서
■ 진행 : 김효영 기자 (경남CBS 보도국장)
■ 대담 : 이수하 씨 (세월호 참사 단원고 고 이준우 학생 아버지)
물리학자를 꿈꿨던 고 이준우 군과 엄마 장순복 씨 (사진=이수하 씨 제공)
◇김효영> 오늘은 세월호 참사 6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총선 때문에 세월호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요. 단원고 희생자 고 이준우 학생의 아버지 이수하 선생님 만나보겠습니다. 이 선생님 나와 계십니까?
◆이수하> 예. 안녕하세요. 이수하입니다.
◇김효영> 2년 전, 그러니까 4주기 때 저희와 인터뷰 했었습니다.
◆이수하>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그 때 '4년쯤 지나면 생각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했는데 도저히 그렇지가 않다. 자꾸 더 보고 싶다' 이런 말씀을 하셔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시죠?
◆이수하> 6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않습니까. 암울했던 시간들도 있었고 또 희망이 있던 시간들도 있었고. 6년이 지났지만 답답함은 여전하고요. 희망과 절망이 반복되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제 점점 희망보다 어떤 절망이나 체념에 가까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김효영> 왜 그러실까요? 사회적참사특조위, 그리고 검찰의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 꾸려져서 진상을 밝혀보기 위해서 대통령기록물도 찾아보고 있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큽니까?
'세월호 특별수사단' 임관혁 수사단장 (사진=황진환 기자)
◆이수하> 검찰수사단 수사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일 텐데요. 저희 피해가족들은 사실은 좀 의심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입니다. 검찰은 뭐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공언을 했는데, 저희는 뭐 정치적인 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 거죠.
◇김효영>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 검찰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 이런 것을 의식한 검찰의 정치적인 쇼 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계시군요.
◆이수하> 그렇죠. 예.
◇김효영> 아직 밝혀내지 못한 것, 어떤 겁니까?
◆이수하> 세월호에 연관되어 있는 정부기관이나 인물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많습니다. 국정원이라든가 기무사라든가 해군이라든가 이런 기관에 대한 수사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거라고 저희들이 생각하거든요. 그런 기관들도 성역 없이 수사를 해서 잘못된 부분들이 있으면 다 공개를 하는 게 저희들이 바라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좀 미흡할 것이라고 계속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효영> 청와대 등 정부 고위관계자가 이 세월호 참사 진상은폐에 가담했을 가능성도 찾아내야 하고요?
◆이수하> 예.
◇김효영> 그리고 감사원에서는 세월호 참사 감사보고서를 축소했던 의혹이 있는 것이죠?
◆이수하> 예.
◇김효영> 그리고 기무사,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했다는 것. 그리고 그 배후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있다는 것.
◆이수하> 그렇죠.
◇김효영>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최종 배후자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이수하> 최고 책임자이고, 도덕적이든 정치적이든 어떤 식의 책임은 분명히 져야 된다고 봅니다.
◇김효영> 지금 감옥에 들어가 있는 대통령 박근혜는 세월호 관련해서는 형량을 받은 게 없죠?
◆이수하> 예. 아직 없습니다.
◇김효영>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제2기 세월호 특조위가 출범을 했고. 이 정부 들어서의 진상조사 활동도 미덥지가 못합니까?
◆이수하> 조사권한을 많이 강화를 했지만 조사에 한계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거부하면 그만이다. 벌금으로 때운다. 이런 식의 문제도 있고. 특조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조금 부정적이고요. 성역없는 수사가 필요하면 특별한 수사단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지금 세월호 문제가 정치아닌 정치가 되어버려 가지고, 정치인들이 막말을 일삼고 이런 것들이 정치적인 행위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권이나 정부 차원에서 좀 특별한 결단을 해줬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김효영> 그 특별한 결단이 예를 든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수하>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에서 검찰조직을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권한은 있겠죠. 그래서 이 특별한 사건에 대해서는 전면적으로 재수사를 하라든가, 이런 게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보거든요. 그런 어떤 좀 명쾌하게 한번 했으면 하는 게 저희들 소망입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절대 다수의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에도, 일부 인사들의 막말들. 이번 총선과정에서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이 나왔는데.... 이런 막말들 어떻게 참고 계십니까? 어떻게 참고 사셨습니까. 제3자인 저희들이 들어도 울화통이 터지는데, 어떻게 참고 사셨어요?
◆이수하> 그러게요. 사실은 이제 조금 면역력이 생긴 그런 것도 없지않아 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지금 온라인상에 세월호 이슈 관련해서 악성댓글을 다는 분들이 가끔 있거든요. 물론 힘내라고 응원하시는 분도 많지만. 그 댓글들을 볼 때마다 어른들이야 만성이 되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예를 들어서 동생이나 어린 자녀들이 그런 내용들을 보면 좀 충격적이거든요. 사실은.
◇김효영> 그럼요.
◆이수하> 정치인들은 그런 막말들을 하는 정치인들 자체가 그 사람들 수준 같아요. 그런 말을 던져서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그런 모양들이지 않습니까.
◇김효영> 예. 동생 이야기를 하셨는데 태준이죠? 태준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이수하> 지금 휴학계를 내고 군대를 가려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효영> 벌써 군대갑니까?
◆이수하> 예. 이놈이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연극을 했거든요. 연극을 한 이유가 자기 답답함을 연극을 통해서 표현하고 또 발산하고 싶어서 그랬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형아에 대한 이야기는 진짜 금기시 되어서 표현도 안하고 얘기도 안하고 그랬던 민감한 나이였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울기도 하고, 미친듯이 웃기도 하고. 나름대로 이렇게 그런 표현을 하면서 견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 마음이 아픕니다..
◇김효영> 스스로를 추스려가는 도구로 연극을 택했군요. 혹시나 형의 삶까지 생각해서 니가 더 잘 살아야 된다는 부담을 갖는 것은 아닌지, 걱정은 좀 됩니다.
형을 따라 단원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생 태준이의 졸업식 사진 (사진=이수하 씨 제공)
◆이수하> 예. 그런 부담이 될 것 같아서 '형아 몫까지 열심히 살아라' 이런 이야기는 일체 하지 않고요. 형이 다니던 그 단원고등학교를 다른 애들은 기피하는데 내가 들어가서 졸업을 마저 하겠다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굉장히 기특하게 생각했는데, 근데 졸업하기까지 과정이 또 순탄치가 않았었어요. 학교 교실문제부터해서 시끄러웠거든요.
◇김효영> 알겠습니다. 준우를 금쪽 같이 사랑하셨을 할아버지, 할머니. 소식을 들었는데... 하늘 나라로 가신 거죠?
◆이수하> 예예. 가셨습니다.
◇김효영> 준우 만났겠네요.
◆이수하> 예. 아마 같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김효영> 지금 준우가 성장을 했다면 지금쯤은...
◆이수하> 군대를 제대하고 아마 뭐 취업을 준비하거나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김효영> 준우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했습니까?
◆이수하> 물리학자가 최종 목표였었고요. 사고 나기 전까지 그것을 타겟으로 하더라고요. 수학이나 뭐 이런 쪽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또 많이 했습니다.
◇김효영> 가족들한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십니까?
◆이수하> 준우 엄마. 집사람이죠. 준우 엄마한테 늘 미안함이 많아요. 남자들은 그래도 이런 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있잖아요. 술도 마시고, 친구들하고 뭐 당구도 치고 그렇게 하는데. 여자들은 사실은 그런 이 슬픔을 이렇게 뭔가 해소하거나 공유하기가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혼자 울거나 혼자 생각하거나 최근에 이사를 해가지고 방을 새로 꾸미면서 애 사진을 막 전시를 해놨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좀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이건 뭐 어쨌든 가족공동체니까 우리가 스스로 극복을 해나가야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김효영> 꼭 극복해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정말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모릅니다. 1980년 광주항쟁에서 희생되었던 분들의 유가족들, 40년이 지난 지금도 해마다 5월이 되면 아프시대요.
◆이수하> 예. 저희들도 그런 것 같습니다.
◇김효영> 진실이 꼭 규명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꼭 좀 기억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수하> 알겠습니다. 한 말씀만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세월호 참사를 겪고 이 재난의 피해자로 산다는 것은 사실 순탄치가 않습니다. 웃음도 잃고 기쁨도 없고 고립되어 늘 세월호가 따라다닌다고 생각을 하면 스스로가 위축이 되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많은 재난의 피해자들이 우리와 유사하게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주변에도 아마 그런 분들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따듯하게 안아주지 않으면 늘 외로운 것이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거든요. 어떤 특별한 관심보다 작은 관심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김효영> 알겠습니다. 잘 견뎌내시고,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는 날이 빨리 오길 저희도 기원하겠습니다. 힘드실텐데,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수하> 예. 고맙습니다.
◇김효영> 세월호 참사 6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는 역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6년 전과 달라졌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갖게 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을 전세계가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전과 후, 대한민국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6년 전 세월호에서 마지막을 맞이했던 아이들이 보내준 선물입니다. 세월호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명복을 빕니다. 시사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