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하명수사 의혹 사건 수사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특별감찰반원 출신 백모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을 둘러싸고 검·경 갈등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압수한 해당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수개월에 걸쳐 풀어낸 뒤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다시 '잠금 상태'로 최근 경찰에 인계했다. 백 수사관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에 강력 반발하며 검찰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검찰은 타당성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일축하면서 두 기관 사이에 긴장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말 검찰은 약 4개월에 걸친 시도 끝에 경찰로부터 압수한 백 수사관의 아이폰 잠금 상태를 해제했다. 검찰은 수사에 필요한 내부 자료를 복원한 뒤 지난달 경찰에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이 때 경찰이 수사 중인 변사 사건과 관련한 일부 자료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렵게 풀어낸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당장 "황당하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경찰청에서 '검찰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것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로부터 받은 자료로는 (백 수사관) 사망 관련 의혹을 해소하는 데 부족하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다 구체적으로 "검찰에서 우리에게 문자메시지와 통화 기록 등 일부만 보냈다"며 "강제수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검찰의 '아이폰 잠금 인계'에 '복원 자료 압수수색'이라는 강경 대응을 검토 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경찰의 주장에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토대로 휴대전화 자료를 복원한 것으로, 이를 그대로 경찰에 넘긴다면 "수사 자료 유출"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민갑룡 경찰청장. (사진=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강경 대응을 검토하는 경찰의 목적을 의심하는 시각마저 감지된다. 이미 변사 사건 수사에 필요한 일부 자료를 넘겼다는 점을 들어 "도대체 무슨 수사이길래 해당 자료를 계속 거론하는 건지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백 수사관의 아이폰을 둘러싸고 이처럼 다시 불거진 검‧경 신경전은 '하명수사 의혹' 속 해당 휴대전화가 지니는 민감성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12월1일 이 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백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재직하던 시절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울산에 내려가 수사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휴대전화에는 의혹 관련 청와대 측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이 담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아울러 검찰의 압박용 수사 내용이 담겼을 가능성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됐다.
이런 정반대의 시선 속 해당 휴대전화 자료 확보를 위한 검‧경의 치열한 신경전은 수사권 조정 국면인 지난해 말에도 이미 한 차례 불거졌었다.
경찰은 백 수사관 사망 직후 휴대전화를 확보해 변사 사건 수사에 나섰지만, 사망 이튿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이에 경찰은 휴대전화를 돌려받고자 압수수색 영장을 2차례나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모두 반려했다.
현재로서는 검찰 내부 반응을 감안하면, 경찰이 해당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검찰 단계에서 반려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럴 경우, 양측의 날선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