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드물어진 런던 피커딜리 서커스 앞(사진=연합뉴스)
영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이탈리아를 넘어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올라섰다. 대표적인 주요 선진국인 두 나라가 감염병 대처와 의료 체계에선 나란히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영국 보건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5시 기준으로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만9427명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하루 전과 비교해 693명이나 사망자가 늘어난 수치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 대비 41명 늘어난 2만9315명으로 집계돼 영국이 근소하게 이탈이아 사망자를 추월했다.
영국 보건부 발표가 아닌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두 나라의 사망자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영국 ITV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통계청 기준 영국의 누적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2375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집계가 보건부 집계보다 3천여명 가량 많은 것은 집계 기준 차이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당초 병원 내 코로나19 사망자만 발표하다가 지난달 28일부터는 요양원과 호스피스 등 지역사회 사망자를 합계해서 발표하고 있다. 다만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망자만 집계하고 있는 반면, 통계청은 사망진단서에 코로나19가 기재된 사람은 모두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하고 있다. 통계청 집계에는 확진자 외에 의심환자까지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적인 비교와 관련해서도 각국의 집계 기준이 달라 사망자 규모에 일률적으로 순위를 매기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스카이 뉴스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공식 발표는 병원 사망자 중심이어서 요양원 사망자는 상당수 빠져있다.
스페인은 요양원 사망자를 통계에 포함할지 여부를 지방 당국에 맡기고 있을 뿐 아니라 바이러스로 사망했을 것으로 의심되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경우도 통계에 넣지 않고 있다.
프랑스는 병원과 요양원 사망자를 모두 포함해서 발표하고 있지만 자택 등 지역사회 사망자는 산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국제적 비교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라브 장관은 "우리는 모든 장소에서 발생한 전체 사망자를 다 포함해 공표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며 "모든 국가가 동일한 방식으로 측정하고 있다는 것을 신뢰하기 전까지는 국제적 비교 작업이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