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연합뉴스)
"혹여라도 자식들 얼굴을 잊어버리진 않으셨을까 걱정이에요."
치매가 있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문모(52)씨는 "면회가 금지된 탓에 어머니를 뵙지 못한지 어느덧 넉 달째로 접어든다"며 "어버이날에도 직접 모시지 못해 죄스럽다"고 말했다.
6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제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지만, 다수 요양병원에서는 8일 어버이날에도 가족들을 면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 집단시설인 만큼 가족을 포함해 외부인의 방문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라는 게 정부 지침이기 때문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안타깝게도 이번 어버이날에는 요양병원·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을 직접 찾아뵙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영상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주 안부를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모신 자녀들은 면회 제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모(60)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돼 어버이날에는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아직 안 된다고 하더라"며 "저를 포함해 5남매 모두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통화로 소식을 전하고 있긴 하지만 아버지가 쓸쓸해 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한모(60)씨는 "요양병원은 1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오면 난리가 나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로 한 번도 어머니를 못 뵌 터라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들과 어르신이 답답함을 호소하자 일부 시설은 제한적으로나마 어버이날 '특별 면회'를 허용하기도 한다.
전남의 한 요양원은 어버이날인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창문 면회'를 시행하기로 했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 보며 전화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방안이다.
해당 요양원 원장은 인터넷 카페 공지글을 통해 "면회 제한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섰다"며 "가족과 어르신들의 우울감이 우려돼 한시적으로 비접촉 면회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친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한 인터넷 맘카페 이용자도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면회를 할 수 있어 어버이날쯤 애들은 집에 두고 병원에 다녀오려고 한다"고 했다.
면회를 제한하는 대신 노인들이 적적함을 느끼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어버이날 행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요양시설도 많다.
요양시설 근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어려운데 올해 어버이날 행사를 어떻게 진행하느냐'고 묻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경남의 한 요양원은 "매년 지역민과 보호자 분들을 초청해 어버이날 효도 행사를 진행해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야외 행사는 취소한다"며 "어르신들을 위해 시설 내에서 간소하게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