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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아프면 쉰다' 제도화…정부 의지 부족 지적도

보건/의료

    지지부진 '아프면 쉰다' 제도화…정부 의지 부족 지적도

    코로나19, 경증 전염력·밀집 공간 급속 전파
    '아프면 쉰다'가 핵심인데, 뒷받침 없이 현실성 無
    "법을 고쳐서라도 제도화" 외쳤던 정부,
    열흘 지나 생활방역 시작되도 "진행상황 알릴 게 없어"
    "상병수당 오래 걸리면, 일시 유급휴가라도 도입 필요"

    (이미지=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는 지침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생활 속 거리두기의 제1수칙이지만, 동시에 가장 지키기 어려운 수칙으로 꼽히고 있다.

    해당 지침이 발표 된지 1달이 다 되가고,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 법제화 등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정부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생활방역 제1수칙 '아프면 쉰다'도 어려운 현실

    정부가 지난달 12일 생활방역 체제에서 개인이 지켜야 할 제1수칙으로 발표한 '아프면 3~4일 집에서 쉰다'는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이는 코로나19가 경증 상태에서도 강한 전염력을 갖고 직장과 같이 비교적 밀집되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급속도로 전파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백신·치료제가 없는 현재 지역사회 전파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아픈 사람의 휴식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현 수칙은 권고안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난달 12~26일 보건복지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87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들은 가장 지키기 어려운 수칙으로 '아프면 집에서 3~4일 쉬기'를 꼽았다.

    국민들은 현실적으로 쉬는 것이 가능할지, 사업주가 출근하라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가장 궁금해 했으며, 휴가를 보장하고, 쉬는 사람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14~19일 전국 만 19~5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급이거나 월급이 깎일 경우에도 아프면 집에서 쉬겠다는 비율은 50%로 나타났다. 31.3%는 아파도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매일 전국민에게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지켜달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생계가 달린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1번 수칙부터 동참하기 힘든 것이다.

    특히,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아픔은 휴식이 아니라 해고로 이어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직장갑질119 박점규 운영위원은 "가장 많이 받는 제보 중에 하나가 '아프다고? 아주 집에 가서 푹 쉬어'라고 상사가 말하는 것"이라며 "죽을 때까지 일하다가 공장 안에서 쓰러지는 게 우리 사회였는데, 코로나19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도권 최대 집단감염 발생지였던 구로 콜센터 확진자 중 일부는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계속 출근해 문제가 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으니까 아파도 직장에 나가는 것"이라며 "건강보험을 통한 상병수당이나 유급병가를 법제화한다면 완전한 해결은 아니더라도 생활비 때문에 못 쉬는 일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제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6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 고쳐서라도 제도화한다면서 여전히 권고만…"의지 부족" 비판

    정부도 제도적인 뒷받침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중대본 박능후 1차장은 "아플 경우 3~4일 집에서 쉴 수 있도록 휴가제도 자체를 정비하거나 임금을 보상하는 방법 등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법을 고쳐서라도 제도화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런데 열흘이 지나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된 6일에도 중대본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정부 내 협의도 필요하고, 정부 내 협의만으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추가적인 진행상황을 언론에 브리핑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직 정부 내 조율도 끝나지 않았다는 뜻인데, 노동계·재계 등 각계의 의견도 모아야하고, 법 개정을 하려면 국회와도 논의가 필요하다.

    언제쯤 '아프면 쉰다'가 제도화될 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질병으로 인한 소득 상실을 보전하기 위한 상병수당이 '아프면 쉰다'를 뒷받침할 중요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노동자가 병원에서 3일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받아오면, 그만큼 쉬어서 깎인 월급을 건강보험을 통해 지급받는 것이다. 건강보험법 제50조(부가급여)에 명시돼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 지난 4일 중수본 이기일 의료지원반장은 "8천억~1조7천억 원 정도의 재원이 소요되기에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논의가 있어야 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70%로 높이는 것을 우선 추진한 뒤에 검토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상병수당 도입에 대통령 공약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끼어든 모양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건보 보장성 강화는 별도로 추진하면 되는 것인데, 상병수당과 연계하는 건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건강보험에 미납한 국고지원금이 25조에 달하고, 올해 건강보험이 대폭 흑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재원이 없다는 것도 성의 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아프면 쉰다는 원칙은 코로나19에 있어 최우선 과제"라며 "상병수당 도입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한시적으로라도 미국과 같이 정부가 유급 휴가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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