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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제' 입법 논의는 초보단계…산넘어 산

국회/정당

    '전국민 고용보험제' 입법 논의는 초보단계…산넘어 산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③]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민주당 내부에서는 아직 '시기상조' 기류
    큰 방향은 맞지만 자영업자 의무가입·요율조정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청와대가 띄우고 민주당 의원이 받았지만 실무진과 주무부처는 '난색'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 "준비안됐는데 너무 빨리 띄워버렸다"
    통합당, 대규모 국가재원 투입에 반대 당론 채택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과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전세계로부터 'K방역'이라는 찬사를 들은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본격적인 경제 위기 파고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민 고용보험제' 이슈가 불거졌다.

    경기부양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 충격을 사회안전망 내부로 떠안아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제대로 된 당정청 논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재정 고갈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당정청 똘똘 뭉쳐 전국민 고용보험제 띄우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데 가장 큰 걱정이 고용 문제다. 우리나라도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이 크게 줄고, 실업급여 신청자가 크게 늘기 시작했다"며 "특단의 대책을 실기하지 않고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선도적으로 준비해 고용 충격을 줄이고 경제위축 극복의 발판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글 싣는 순서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①] 청와대는 왜 공약집에 없던 '전국민 고용보험' 꺼냈나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②] '전국민 고용보험제' 하면, 뭐가 달라지나
    [전국민 고용보험제 시대 오나③] '전국민고용보험제' 입법 논의는 초보단계…산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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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이 전국민 고용보험제 추진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이후 민주당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용보험확대론을 거드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기 시작했다.

    "1인 영세 자영업자도 사실상 노동자로 보아야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률은 1% 미만"(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 페이스북),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들과 예술인, 플랫폼노동자 등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들이 제도적 범위 안에 들어오게 하는 문제도 긴급한 과제"(같은 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대공황과 수차례의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각국이 오랜 기간 쌓아 온 제도의 성벽이 '코로나 해일'을 막아 내는 데 역부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충격에 대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이 대표적이다.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최고위에서 "경제위기 극복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고, 이번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고,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7일 정책조정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당론으로 제시됐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주당 정책위 '당혹', 이재갑 노동부 장관도 '신중'

    하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고용보험 가입자 범위를 자영업자들의 동의 없이 강제로 늘릴 수 있을지, 의무 가입을 위해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조달할지, 보험료 징수체계나 요율, 향후 받게될 실업급여를 얼마로 정할지 등에 대한 실무 준비가 진행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코로나19' 극복의 힘이 된 건강보험처럼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자영업자와 특수고용직을 포함한 취업 인구 모두가 동의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 밑그림이라도 나와야 하는 데, 아무런 기초 준비 없이 큰 방향에 대한 '주장'만 난무한 상황이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 정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무런 준비가 안됐는데 강기정 수석이 너무 빨리 애드벌룬을 띄워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전국민 고용보험제 관련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완벽한 오보다. 실무단위에서 준비한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한 차례 언급됐을지는 몰라도 실무 단위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주고 받은 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민주당 정책위는 8일 "'민주당 전국민 고용보험 추진 공식화' 기사는 사실과 다르다. 민주당은 전국민에 대한 고용안전망 확충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21대 국회에서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고용보험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단계적으로 고용보험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진성준 대변인 역시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와 관련해 "(앞서) 고용노동부에 입장을 물었고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선행돼야 할 정책적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가입대상, 본인부담금, 징수체제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발언하는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전국민 고용보험제 논의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도 지난 6일 "분명히 가야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고, 단계적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준비해야한다"며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지자체장, 청와대의 성급한 논의 주도를 우려했다.

    큰 방향은 맞지만 기초 준비 없이 '너도나도' 전국민 고용보험제 논의에 불을 지펴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얘기로도 해석된다. 자칫 '도덕적 낭만주의'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야당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미래통합당은 아직 전국민 고용보험제에 대한 이렇다할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대규모 국가 재원 투입이 불가피한 만큼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 반대 당론을 채택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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