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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유상증자 '양날의 검'…경영권 분쟁 불씨 당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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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칼 유상증자 '양날의 검'…경영권 분쟁 불씨 당기나

    사상 첫 '조 단위' 유상증자…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한진칼, 주주 배정 땐 지분 경쟁 불리…3자 배정 땐 주주 반발↑
    부동산 매각·대출 등 자금마련 가능성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정부 지원금과 유상증자로 확보할 자본금을 더하면 최소 2조 2천억원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당장 급한 불을 껐지만, 변수가 남았다. 최대 주주인 한진칼의 대한항공 유상 증자 참여 여부와 그 방식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 약 30%를 갖고 있다. 유증에 참여하려면 3천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현재 확보한 현금성 자산은 절반도 채 안 된다.

    더구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과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 현금 여력이 없는 조 회장이 대한항공 지분 유지에 실패할 경우 조 회장은 3자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그렇다고 지주사가 나서주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날개는 이대로 꺾이게 된다.

    ◇ 사상 첫 '조 단위' 유상증자…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대한항공은 13일 이사회를 열고 3시간가량 논의 끝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을 의결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 5079주이며,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 2600원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 5428주에서 1억 7532만 507주로 증가하게 된다. 최종 발행가액은 7월 6일 확정될 예정이며, 신주 상장은 7월29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은 6월 8일이다.

    대한항공은 급한 불을 껐지만, 한진칼은 고민이 깊어졌다. 유상증자하게 되면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들고 있는 한진칼은 3천억원 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한진칼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12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진칼 역시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 업계에서는 한진칼이 유상증자, 보유자산 매각, 담보대출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칼의 자금 확보에 따라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성공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자금 조달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왼쪽)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오른쪽)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제공)

     

    ◇ 한진칼 유상증자 '양날의 검'… 주주 배정 땐 지분 경쟁 불리, 3자 배정 땐 주주 반발↑

    경영권 분쟁도 발목을 잡고 있다. 조 회장 측과 대립 중인 KCGI는 이달 초 3자 배정방식의 유증은 반대한다는 내용증명을 한진칼에 보냈다. 대신 주주배정 방식 유증에는 찬성하고 참여할 의사도 있다고 밝혔다.

    KCGI의 속내는 '향후 경영권 분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진칼이 주주배정 유증을 선택하면, 조 회장은 전량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조 회장은 상속세도 못 낼 정도로 보유한 현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KCGI 등 주주연합이 전량 증자에 참여하면 주주연합의 지분율은 유지되지만 조 회장 측 지분율은 낮아질 수 있다.

    게다가 조 회장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카카오·GS칼텍스 등도 코로나19 여파로 유증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주주배정 유증을 하면 KCGI 주주연합은 최소한 기존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지만, 조 회장 측은 지분율이 떨어져, 3자 연합과의 지분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국면을 맞게 된다.

    3자배정 유증도 양날의 검이다. 조 회장 측은 우호적인 제3자를 끌어들이면서 우호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낮아지고 지분이 소액주주에게도 분산된다. 주주연합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지 못해 경영권 분쟁에서 참패했다.

    또, 3자배정 유증을 금융당국이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 판단할 여지가 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유상증자는 금지돼 있다.

    ◇ 부동산 매각·대출 등 자금 마련 가능성도…"코로나19로 담보 대출 어렵다" 우려 커

    이에 따라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검토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대출을 통해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하는 등 경영권 분쟁에 밀리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한 대출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 등으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코로나19로 부동산 시장이나 인수합병마저 멈춘 상황에서 자산 매각도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 전망이다. 금융권에서 담보 대출도 원활하지 않다는 점에서 한진칼 현 경영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지난 연말 조 회장의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손잡은 KCGI 등의 공격을 받고 있다. 조 회장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여온 KCGI는 올해 지분을 늘려 19.36% 확보한 상태다. 반도건설도 16.90%까지 늘렸고, 조 전 부사장 6.49%와 합하면 총 42.75%다.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으로 지난달 주총 당시 인정된 3자 연합의 지분율은 31.98%였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유상증자 대금 납입 기간 전까지 자금 확보가 어려우면 한진칼은 유상증자할 수밖에 없어 KCGI와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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