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원금 논란 이후 처음으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에 앞장섰던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한일 위안부 합의 사전 파악, 재정 부정 운용 등 각종 의혹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까지 이어지면서 팽팽한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정의연과 이용수 할머니의 평행선에 언론 보도까지 쏟아지면서 혼란은 깊어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까지 밝혀진 정의연 논란의 핵심 쟁점은 무엇일까. CBS노컷뉴스가 쟁점을 정리해봤다.
◇ 수요집회논란의 불씨는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인 이용수(92) 할머니가 가진 인터뷰에서 점화됐다. 그 동안 정의연과 협력해 온 이 할머니가 수요집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할머니는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참가한 학생들이 낸 성금은 어디 쓰는지도 모른다. 집회가 학생들 고생시키고, 푼돈만 없애고, 교육도 제대로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실제 지난 13일 집회에 나오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30년간 열린 수요집회 성금이 피해자를 위해서보다 다른 곳에 더 쓰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수요집회 성금이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상당부분이 쓰여야 한다는 논리다.
정의연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몫이며 자신들은 성금자들의 동의한 사업을 벌였다는 입장이다.
정의연은 1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년 (현장) 모금액은 460여만원이다. 해당 모금액은 진행에 모두 사용했다. 진행비는 연간 1억원이 넘는다"고 최근 성금 사용처를 밝혔다.
국세청 공시에서 2018년 수요시위 사용에 646만원이었던 것이 2019년 1억927만원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2018년 정대협과 통합 이전에 정대협이 먼저 수요시위 비용을 지출했었다. 무대장치나 음향 대여 등에 약 1억원 가량이 드는데 그것은 연초에 일괄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용수 할머니의 의지는 확고했다.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수요집회보다는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
이 할머니는 14일 보도된 인터뷰를 통해 "(수요집회) 나와봐야 배우는 거 하나도 없다. 학생들에게 옳은 역사 공부를 가져야 하는데 (정의연은) 자기들 운영하느라 바쁘다. 이제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 일본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봐야 무엇이 맞는지 잘못인지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변화를 촉구했다.
2016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3차 정기수요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한일 위안부 합의'졸속' 비판을 받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5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외교부 측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연·이하 정대협)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에게 사전에 이를 알렸고, 이후 윤 당선인이 일본의 합의금 10억엔(한화 약 114억 9900만원)으로 조성된 화해·치유재단 기금을 받지 않도록 피해 할머니들을 회유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이용수 할머니는 7일 기자회견에서 "(정의연이) 한일 합의 당시 10억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외교부도 죄가 있다. 피해자들한테도 알렸어야 한다.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익명의 할머니는 한 언론사에 "(정부가) 일본 돈 10억엔을 받아와서 정신대 할머니들한테 1억원씩 줄 때 윤미향이 전화해서 '할머니 일본 돈 받지 마세요. 정대협에 돈 생기면 우리가 줄게요' 하면서 절대 받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나는 억울해서 받아야 되겠다"는 회유 정황이 담긴 서신을 공개했다.
윤 당선인 측 해명에 따르면 실제로 전날 외교부가 합의 내용 일부를 알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독소'가 되는 민감한 내용은 모두 빠져있었다.
제윤경 더불어시민당 수석대변인은 "합의 일부 내용을 기밀유지 전제로 일방 통보한 것"이라며 "책임 통감, 사죄·반성, 일본 정부 국고 거출 등 내용이 있었고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판자제, 소녀상 철거 등 내용은 빠져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기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의 결론이 맞다고 확인했다.
정의연 측은 회유 의혹에 대해서는 할머니들의 결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했다는 반박을 펼쳤다.
정의연 측은 "당시 민변에서 2015 한일합의에 대한 국가소송을 제기했고, 그 과정에서 할머니들 의사 확인하기 위해 일일이 만나봤다. 기금을 받아도 그 문제에 대응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드렸다. 화해·치유재단의 기금 수령 여부는 전적으로 할머니들이 결정하시게끔 했다"고 답했다.
또 화해·치유재단 지원금을 받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에게 모금액으로 1억씩 지급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이용수 할머니 역시 "나도 그걸 받았다"면서도 "일부는 정신없고, 치매를 앓고 할 적에 옆에 보호자가 있는데 보호자한테 그냥 주고 간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후원금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울먹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기부금 사용 내역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정의연의 2016~2019년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정의연은 4년 동안 49억여원 중 피해자 지원사업에 9억여원을 지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모은 기부금을 엉뚱한 곳에 지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의연은 기자회견에서 회계 내역을 공개하며 "최근 3개년도 수입금 22억1900만원 중 실제 피해자 지원사업으로 지출된 것은 9억1100만원으로 41% 정도"라고 반박에 나섰다.
이어 "피해자 지원 사업에는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건강 치료 지원, 정기 방문,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계 방식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기부금 수혜 인원이 '99명' '999명' 임의 숫자로 기재된 점, 한 맥줏집에 3300여만원 지출이 기재된 점, 지난해 22억의 공시가 누락됐다는 점이 계속 언론에 보도됐다.
이에 정의연은 12일 다시 공식입장을 통해 "수혜 인원을 저렇게 기재한 건 정의연 사업 중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기타' 사업비용을 입력할 때 사용되는 통상적 방식"이라고 선을 그었다.
맥줏집에 대해서는 "지출명세서란에 대표 지급처 한 곳만을 작성하게 돼있어서 사업비 지출액이 가장 큰 후원의 밤 지급처인 해당 업체를 적었다. 3300여만원은 50개 지급처에 지급된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이라고 내막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공시 누락에는 "회계 처리 오류가 아니라, 회계 감사를 마친 회계 자료를 국세청 공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했다. 국세청 재공시 명령에 따라 이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14일에는 윤 당선인이 정대협 시절부터 공천 직전까지 본인 명의의 개인 계좌 여러 개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기부금을 모아왔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정의연은 다시 "고(故)김복동 할머니 빈소를 마련하고 시민장례위원 모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통상 다른 단체들이 진행하는 것처럼 조의금을 받기 위한 상주의 계좌를 공개한 것이다. 그 외 개인 모금은 2017년 기부금품모집법이 시행되기 이전이거나, 그 이후에는 해당 법에 대한 정부기관의 안내가 부족해 벌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복동장학금' 활동가들 자녀 특혜 의혹, 윤 당선인 딸의 미국 유학 비용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결국 회계 처리 등 실무적인 부분에서 미숙한 부분은 인정했지만 개인적인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