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따른 전국 확진자 수가 증가한 지난 13일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 메이드가 임시폐쇄되어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감염 확진자가 열흘 만에 160명을 넘었다.
이번 사례의 최초 확진자인 '용인 확진자'(용인 66번 환자)가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소재 클럽 및 주점 5곳을 방문하고 6일 확진된 뒤 클럽 방문자들로 인한 2·3차 감염도 상당수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태원 일대 모든 유흥시설을 방문한 이들에 대해 무료·익명검사를 시행하는 등 검사물량을 크게 늘렸음에도, 신규환자가 그에 비례해 폭증하고 있지는 않다고 짚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16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0시까지 이태원 클럽과 관련된 총 환자는 161명"이라며 "현재 지역사회의 다양한 시설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현재까지 이번 사례와 관계돼 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4만 6천명 정도로 익명검사를 도입한 이후 검사를 받는 사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진단검사를 대폭 확대했음에도 하루 발생하는 환자 수는 30명 이내에서 나타나고 있어 급격한 지역 내 확산 추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은 선별진료소 확충 등 진단검사 인프라를 확대했고 확진환자의 동선공개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방문한 시설과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게 개선했다"며 "지난 연휴기간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을 방문한 분들 중 아직 검사를 받지 않으신 분들이 있다면 신분노출 위험이 없으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시가 익명검사 방침을 밝힌 지난 11일 이후 이태원 관련 진단검사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3배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1905건의 검사가 이뤄진 데 비해 14일 5825건으로 급증한 것이다.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 옆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워크스루(walkthrough) 방식 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에 서울시는 지난 13일 이태원을 관내에 둔 용산구에 도보이동형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전날 서초구에 자동차이동형 선별진료소를 추가했다. 대한의사협회 등의 협조로 강남구 등 18개 자치구에 52명의 의료인력도 선별진료소에 지원 배치했다.
정부는 이태원 집단감염에서도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높고 전파속도가 워낙 빨라 관리가 쉽지 않은 코로나19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짚었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이번 이태원 사례는 코로나19의 감염통제가 어려운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며 "클럽과 같이 밀폐된 다중시설에서 빠른 전파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렇게 감염된 환자 중 3분의 1 정도는 무증상 환자로 증상만으로는 환자 구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증상 환자들도 감염력을 가지고 있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공간에서 2차, 3차까지 감염을 일으키고 있다"며 "젊은 연령은 치명률이 낮은 반면 고령일수록 치명률이 높은 세대 간 편차도 감염병 관리를 어렵게 하는 특성"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확진자들이 다녀간 고위험시설에서 추가감염이 확산되지 않은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는 각 시설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을 철저히 이행한 결과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반면에 이번 이태원 사례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시설에서 전파가 이뤄졌으나 상당수의 시설에서는 추가적인 감염이 없거나 최소화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특히 확진환자가 다녀갔던 교회, 콜센터, 실내체육시설 등 코로나에 취약한 고위험시설들에서 새로운 확산이 나타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부분"이라며 "이는 거리두기,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등 생활 속 거리두기 수칙 준수를 통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들"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지난 9일 확진된 인천 학원강사 A(25)씨에게 2차 감염된 고등학생 2명이 감염사실을 모르고 방문한 교회 2곳은 신도 700여명을 전수검사한 결과 전원 '음성'으로 나타났다.
해당 교회들은 정부가 제시한 1~2미터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발열 점검 등의 세부지침을 성실히 지킨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이번 주말이 이태원 집단감염의 추가전파 규모를 가늠할 '최대 고비'라며,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삼가고 불가피하게 방문할 경우 방역수칙을 엄수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손 전략기획반장은 "주말이 되면서 모임이나 이동이 많아지고 특히 교회 예배, 결혼식, 체육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3차 전파시기를 고려한다면 금주 주말이 확산 추세를 막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비로, 이 시기 새로운 전파와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말 동안 특히 밀폐된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코로나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국민들께서 스스로 방역의 가장 기초적인 주체로서 자신과 남을 보호하기 위한 방역수칙을 꼭 준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권고했다.
중대본은 통상 감염에 노출된 뒤 4~8일 안에 증상이 나타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이번 주말이 2·3차 전파 가능시기라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말을 무사히 넘기면 어느 정도 이태원 사례를 방역망 통제 안에 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