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최근 우리 사회를 경악케 한 사건이 있었죠? 여행용 가방 아동학대 사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의붓어머니는 9살 아이를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라고 했고요. 잠갔고요. 그 채로 3시간 외출까지 했습니다. 아이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공간에 7시간을 갇혀 있었고 결국 세상을 떠났죠.
이런 끔찍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나. 참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 아닌가? 얘기를 했습니다마는 이런 식의 잔인한 아동학대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곳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분이 계세요. 만나보죠.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연결돼 있습니다. 대표님, 나와 계세요.
◆ 공혜정> 네.
◇ 김현정> 지금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어제 나온 얘기는 뭐냐면 계모의 친자식은 같은 나이였는데 40kg이었고 숨진 아이는 23kg이었다는 거예요.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 체형이 다른 걸 감안하더라도 17kg 차이라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사진=연합)지난 1일 저녁 A군이 병원으로 옮겨지는 모습. 오른쪽 노란 옷이 계모 B씨.
◆ 공혜정> 그렇습니다. 9살 남아 평균 몸무게가 약 32kg 정도 나가는데요. 23kg라면 상당히 많이 마른 겁니다. 그런데 제가 겪었던 학대사망 아동들은 이렇게 한결같이 상당히 많이 말랐습니다.
◇ 김현정> 제대로 먹을 걸 주지 않는다는 얘기군요? 돌봄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이야기?
◆ 공혜정> 네. 그래서 저는 이런 아동학대 사건들을 접하면서 밥은 곧 사랑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렇죠. 오죽했으면 만 9세 아이가 23kg. 사실 저는 이 아동학대 여행가방 사건을 보고는 아니 어떻게 아직도 이런 끔찍한 아동학대가 발생하지? 이제는 사회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부모가 아이를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이랬는데요.
◆ 공혜정> 아닙니다.
◇ 김현정> 제2, 제3의 여행가방 사건은 얼마든지 더 벌어질 수 있다, 그러셨네요, 대표님?
◆ 공혜정>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느 정도길래요, 지금 상황이?
◆ 공혜정> 아동학대 사건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학대의 내용이 너무 잔인무도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소풍 가는 날 갈비뼈 24개 중에서 16개를 부러뜨려 죽인 사건도 그렇고. 3개월이 넘게 추운 화장실에 가둬서 때리고 굶기고 락스 원액을 퍼부어서 죽인 원영이 사건도 그렇고요.
무더운 날 작은 방에 목에 개목줄을 걸어서 항문이 괴사할 때까지 방치해서 죽인 대구 현준이 사건이 그렇고.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잔인무도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너무 많습니다.
◇ 김현정> 여행가방 사망사건 있기 한 이틀 전인가요? 5월 29일. 이틀 전쯤에 한 여자 아이가 길거리를 헤매다가 발견이 됐어요. 그런데 멍자국에 화상당한 자국에 알고 보니 이 아이도 아동학대에 심하게 시달렸던 아이였죠?
◆ 공혜정> 네.
◇ 김현정> 프라이팬에 손을 문질러서 지문이 다 지워졌다, 맞습니까?
◆ 공혜정> 네. 그렇게 발표가 되고 있는데 이거는 학대를 넘어서,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요. 제2, 제3의 여행가방 사건 더 있다고 할 만한 건데 그런데 제가 더 화가 나고 안타까운 건 이미 5월, 6월에 이 아이는 두 차례 아동학대로 신고가 됐었어요.
◆ 공혜정> 네.
◇ 김현정> 그런데 왜 그 뒤로 관리가 제대로 안 됐던 건가요? 이 여행가방에 들어가기까지?
◆ 공혜정> 그러니까 이제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무조건 분리를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이 학대 아동에 대해서는 ‘원가정보호제도’ 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학대당한 아동을 학대한 사람이 보호하라는 게 바로 이 원가정보호제도인데요. 하지만, 이 경우는 상습적 학대 흔적이 있었고 또 가정환경상 학대 우려가 아주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동을 분리해서 장기간에 걸쳐서 상담을 하면서 진실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 김현정> 바로 분리하는 것과 바로 분리하지 않는 기준은 뭐예요? 지금까지는?
◆ 공혜정> 그거는 오로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판단에 맡겨야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번 건은.
◆ 공혜정> 그러니까 어떠한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거죠.
◇ 김현정> 결과적인 얘기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이번 건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분리가 즉각 됐어야 하는 경우네요?
◆ 공혜정> 저희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데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은 그렇게 판단을 하지 않았다는 게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 김현정> 그렇죠. 어떻게 하면 ‘알아서 키우세요’, 이렇게 판단을 하는 거예요? 아동학대라고 신고는 들어갔음에도. 이번에 병원에서 신고했잖아요.
◆ 공혜정> 그러니까요.
◇ 김현정> 병원에서 의사가 보다가 ‘이상해. 얘는 아무리 봐도 아동학대 같아.’ 신고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아주 잘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뭐라고 말을 했길래 그냥 다시 거기서 잘 키우세요가 된 거예요?
◆ 공혜정> ‘반성하고 있다. 다시는 이렇게 안 하겠다.’ 이거는 아동학대를 벌인 가해자들이 늘상 하는 얘기입니다. ‘다시 또 학대할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말만 듣고 또 아동이 그냥 집에서 살겠다고 얘기했다는 그 아동의 말만 듣고 무조건적으로 그냥 돌려보냈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아동들은 그 부모와 분리되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잖아요. 너무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리고 부모한테 어쨌든 간에 잘 보여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 상담원들이 아동의 말이나 부모의 말만 듣고 돌려보냈다는 게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공혜정> 전문가가 왜 전문가겠습니까?
◇ 김현정> 그럼요. 지금 피해자가 아동이라는 거 우리가 생각을 해야 되는데 아동이 ‘저 그냥 엄마랑 다시 살게요’ 그러면 돌려보내는 거예요. 심지어 이 아이는 담뱃불로 지진 흔적이 있었는데도. 그걸 보고 의사가 신고한 건데도.
◆ 공혜정> 그러니까 말입니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돌려보내지는 않겠지만 이번 경우에 보면 상당히 안일하게 판단을 했다. 그리고 사실 여러 가지 사례를 보면 이 아동학대에 대해서 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들이 상당히 안일하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는 게 굉장히 많은 사례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대안들이 좀 필요할까요?
◆ 공혜정> 일단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보호 프로그램을 전면 개선해야 됩니다. 그리고 경력 있는 상담원을 배치해야 되고요.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대해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이 선행되어야 됩니다. 그리고 정부는 아동학대 관련해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적인 사건은 계속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연합)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 의붓어머니가 3일 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김현정> 지금 청취자 문자가 들어오는데. 친아버지 있잖아요. 그러니까 친아버지와 의붓어머니 사이에서 이 아이가 크고 있었는데 친아버지는 정말 몰랐을까. 물론 출장을 나가 있었다, 일하러 다른 곳에 있었다라고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 아동학대를 당하는데 몰랐을까.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 공혜정> 글쎄요. 저희가 직접 그분하고 얘기를 해 본 게 아니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이런 장기간에 걸친 상습 학대를 몰랐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몰랐다고 주장하던 울산 계모 사건의 친부나, 칠곡 계모 사건의 친부들은 전부 4년, 3년 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사건도 친부에 대해서 철저하게 조사를 해야 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본인이 아동학대에 가담한 게 아니더라도 알면서 눈감는 방조 행위도 처벌된다는 거, 이거 맞죠?
◆ 공혜정> 방임입니다. 방임학대입니다.
◇ 김현정> 방조는 방임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적용되면 그냥 지켜본 사람도 처벌받는다는 거. 철저하게 조사를 이번에 해야겠네요. 대표님, 지금 경악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말씀하시는 게 여기까지 느껴질 지경입니다. 우리가 놀라기만 하면 끝나면 안 되고 반드시 재발책이 마련돼야 될 것 같습니다.
◆ 공혜정> 네, 맞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였습니다.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