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13:35~14:00)
■ 제작 : 강민주 PD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민희
■ 대담 : 정윤경 대표 (춘천여성민우회)
◇박윤경>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물을 판매하고 유통한 N번방 사건,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피해자가 아동과 청소년이라는 점과 이 성착취물을 유통· 판매한 가해자가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그랬죠. 시사포커스에서도 N번방의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유통한 켈리 신 씨의 징역 1년형 선고가 있었던 지난 4월 28일,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한 시민단체의 입장을 전해드렸는데요, 그사이 잇따라 가해자들에게 중형 선고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보죠. 춘천여성민우회 정윤경 대표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윤경> 네, 안녕하세요?
◇박윤경> 자, N번방 사건과 관련해서 최근 잇따라 전해지는 소식이 있습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선고소식, 지난 한 달 동안 진행사항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정윤경> 네, 지난 한 달 동안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제2의 N번방을 운영했던 배 씨, 공범이었던 유 씨, 그리고 프로그래머 역할을 했던 김 씨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만 19세 남성인 배 씨 같은 경우는 장기 10년, 단기 5년의 징역형 선고를 받았고요, 10년간 전자발찌 부착하고 취업제한 10년, 피해자 접근금지 준수사항을 받았습니다. 20세 남성인 유 씨 같은 경우는 징역 7년에 정보통신망 이용 신상정보 공개 5년형을 받았습니다. 또 취업제한 10년, 이수명령 40시간을 받았습니다. 여기에서 프로그래머 역할을 했던 김 씨 같은 경우도 징역 8년, 취업제한 8년, 5년간 정보통신망을 통한 신상정보 공개, 40시간 교육 이수 판결이 났습니다.
◇박윤경> 이런 판결에 대해서 언론에서는 중형이 내려졌다고하고 있는데 동의하시나요?
◆정윤경> 저는 당연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디지털 성착취 관련 형들이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진즉 이런 형량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판 현장에 있었거든요. 결과를 기다리면서 계속 과거에 너무나 빈번했던 솜방망이 처벌이 나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각 죄에 대해 꼼꼼히, 엄중하게 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이번 판결에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해당 범죄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치밀한 범죄라고 보고 이런 형을 내렸다고 생각됩니다.
◇박윤경> 그런데 가해자 중 한 명인 배 모 군, 만19세로 소년법의 적용을 받아서 법적 최고형인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받았는데 일각에서는 어린 가해자에게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주범으로서의 행각을 고려해봤을 때 형량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더라고요.
◆정윤경>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형량을 부여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고 청소년들은 교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리다는 것으로 죄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가담 정도에 따라서 합당한 처벌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성착취 영상물의 (제작과 판매 등의) 죄를 지어도 기소도 잘 안 되고 처벌도 가벼웠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것을 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쉽게 일을 저지른다고 보고요. 성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서 아이들에게 '이런 범죄가 중한 죄다'라고 확실히 인식시키고 학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도 처벌이지만 기존의 관행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거든요. 처벌 자체보다 자기가 한 행동을 인식하고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반성하고 자신의 행동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범죄를 막는 데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를 보면 10대가 이렇다, 20대가 문제라고 하는데 10대 20대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요. 정보화기기에 능한 10대가 성인들의 여성혐오 문화,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성혐오 정서를 그대로 배우고 자랐거든요. 그래서 10대만의 특성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 애들 참 안타깝다, 이상하다, 무섭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보고만 있기보단 이런 구조들을 누구나 앞장서서 바꿔나갔으면 합니다. 또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기성세대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박윤경> 그 가운데 지난 금요일에 전해진 소식인데요, 텔레그램 N번방을 물려받아 운영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받은 켈리 신 씨가 유사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유사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 기대하시는 처벌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시나요?
◆정윤경> 기존의 건과는 별개로 신 씨가 텔레그램 방을 통해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배포하고 카메라를 이용해서 여성 성관계 장면을 동의 없이 촬영한 것들을 확인해서 지난 4일 춘천지검이 추가 기소를 했거든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N번방은 판결을 먹고 자란다'. 지난 5일에 아까 말씀드린 세 피해자(에게 중형이 내려진 것)처럼 재판부가 엄중한 판결을 내려야 된다고 봅니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윤경> 지난 번 인터뷰에서 말씀을 하셨던 거 같은데 이렇게 집단으로 여러 사람이 아동과 청소년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통한 성범죄를 저지르면 외국 같은 경우에 형량이 어떻게 내려지나요?
◆정윤경> 비교사례가 되는 다크웹 사건이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다크웹 운영자가 한국인이었잖아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고요. 이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그 사이트에 들어갔던 영국과 미국 사례를 찾아봤는데, 영국 같은 경우 신상공개를 하고요, 카일폭스라는 사람은 성폭행 및 영상공유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았어요. 그 사람은 영상만 받고 그거를 공유만 했거든요.
◇박윤경> 그러니까 성폭행을 저지른 게 아니라 영상을 받고 공유를 했을 뿐인데도 20년 이상의 형이 나왔다고요?
◆정윤경> 네, 한 번 내려받기를 받고 한 번은 접속해서 시청했어요. 그런 사람은 70개월 그리고 보호관찰 10년형이 선고됐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아동 포르노를 입수하고 소지한 혐의로 5년 징역형을 내렸고, 또 미국 같은 경우 주마다 다르지만 최소 15년형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박윤경> 아주 무겁게 형 집행이 이루어지네요.
◆정윤경> 네, 만약 우리나라 가해자들이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면 엄청난 형량을 받겠죠.
◇박윤경> 그동안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형량은 어땠을까요?
◆정윤경>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성범죄로 다루어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과거에는 디지털 성착취물이 하나의 야동처럼 유통됐던 시절이 있었고 판사들이 폭력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해봤자 벌금형 정도를 내렸던 거죠. 실제로 찾아보면 음란물 제작에 법정형은 높게 설정되어 있거든요.
◇박윤경> 하지만 그렇게 내려진 적은 별로 없군요?
◆정윤경> 네, 그런데 과거에 처벌이 내려진 적이 없으므로 계속 처벌을 높이지 못했고요. N번방 같은 성범죄 사건이 늘어난 하나의 이유가 됐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덧붙여 여성가족부가 2017년에 조사한 자료가 있거든요. 불법촬영 및 유통을 포함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한 것 중에서 64.2%가 집행유예를 받았어요. 징역형을 받은 경우는 6.4%고요. 징역형이 내려지더라도 평균 형량이 1년 7개월입니다. 이로 인해 성범죄의 재범률을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윤경> 한편에서는 그렇지만 엄벌을 한다고 과연 이런 성범죄가 줄어들까라는 시각도 있어요.
◆정윤경> 그렇지만 잘못에 대한 죗값을 무겁고 엄중하게 묻는 것은 당연하고 또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의 젠더 폭력과 강간 문화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착취물을 농담처럼 묵인하는 거, 누군가의 사진과 동영상을 동의 없이 몰래 찍고 공유하는 것, 쉽게 피해자를 탓하는 2차 가해, 남들의 외모를 아무렇지 않게 평가하는 문화들이 바뀌어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젠더 폭력과 강간 문화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윤경> 오늘 여러 말씀 해주셨는데 혹시 덧붙일 말씀 있으실까요?
◆정윤경> 이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모든 시민들이 가져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디지털 성착취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이것을 끊어낼 수 있다고 시민들이 인식했으면 합니다. 또 성착취 범죄자들이 이게 범죄인줄 알고 있거든요. 근데 돈이 되고, 잘 잡히지 않는다, 잡혀도 가볍게 처벌 받는다고 자기들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제는 처벌이라는 것이 가해자들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되지 않고 반드시 잡혀서 중형을 받는다라는 것을 시민들 모두가 연대해서 한 목소리로 외치고 또 사법부는 그것에 맞는 법적 구형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윤경> 혹시 춘천지검에 예정되어 있는 가해자들의 재판, 어떤 소식이 더 있나요?
◆정윤경> 6월 16일 디지털 성착취와 관련해서 다른 공범의 재판이 있습니다.
◇박윤경> 네,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춘천여성민우회 정윤경 대표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