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파되는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사진=연합뉴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에 대해 국제사회가 "2018년 이후 가장 도발적인 일"이라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악화를 경계했다. 미 국무부는 '추가 행위를 삼가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에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이 지난 2018년 4월 27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개성 연락사무소는 남북 협력의 상징물로 평가돼왔다.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남북 관계 파탄 가능성을 경고하는 담화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13일에는 '군사행동권을 총참모부에 넘기겠다'며 군사행동을 암시하는 담화를 내놓는 등 대남 공세의 수위를 높여왔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군사행동을 시사하자 "도발을 피하고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올 것을 촉구한다"며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하듯 연락사무소 폭파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일련의 북측의 행보는 표면적으로는 대북선전물 살포를 빌미로 남측에 대한 공세에 집중돼 있지만, 북미 관계가 교착에 빠지고 대북 규제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향한 압박의 성격도 강하다.
미 국무부가 추가 행위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선을 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AP통신은 "북한은 한반도의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고 교착상태에 빠진 핵 외교 속에 미국과 서울을 압박하는 주의 깊게 연출된 분노의 표시로 남한과의 중무장된 국경 바로 북쪽에 있는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는 북한이 2018년 핵 외교에 들어선 이후 북한이 행한 가장 도발적인 일"이라고 지적하고 "진보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회복 노력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CNN은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최근의 징후"라고 전하고, "평화의 시대를 위해 헌신했던 양국 사이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NBC는 "지난주 북한은 한국과의 모든 통신을 중단하면서 같은 이유를 언급했다"며 "위기를 조성하고 이웃 국가들로부터 양보를 강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했다.
BBC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이 위기를 만들면서 협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FP통신도 "워싱턴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북한이 서울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일본은 계속해서 미국, 한국 등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의 수집, 분석을 실시하고 정세를 주시하는 한편 경계 감시에 전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여동생의 예고대로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면서 "문재인 정권에겐 대북 정책 성과의 상징과 같은 것으로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관계에 대한 질문에 "북한과 한국은 한 민족"이라며 "중국은 이웃 국가로서 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기를 희망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