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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준 부모 공개' 고소에…"학대 처벌해야"



사건/사고

    '양육비 안준 부모 공개' 고소에…"학대 처벌해야"

    '배드 페어런츠' 사이트 운영자 강민서 대표, 명예훼손 고소당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돼 국민참여 재판 요청했으나 기각
    고소인 전처 박모씨, 두 자녀 홀로 어렵게 양육하며 '신용불량'
    "20년이 지나도록 양육비 한푼도 못 받아…'내 자식 아니다'란 말까지"
    "딸은 정신과 치료받고 아들은 행방불명…생계유지조차 힘겨워" 눈물
    이준영 변호사 "경력단절 여성들, 가난 대물림 심화…정부 관점 너무 안일"

    1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이혼한 뒤 자녀들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 대표가 "양육비 미지급은 아동학대"라며 해당 부모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해모 강민서 대표는 18일 진행된 두 번째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를 같이 낳은 부모는 양육의 공동책임자다. 정부는 아동학대 성립 요건에 '양육비 미지급'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을 법적으로 처벌하는 입법을 촉구했다.

    양육비를 주지 않은 '나쁜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 페어런츠'(구 '배드 파더스 앤 마더스')의 운영자인 강 대표는 지난해 6월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를 일체 지급하지 않은 아버지 김모씨의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김씨는 강 대표를 특수협박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에 대해서만 혐의를 일부 인정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강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을 받겠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대표는 "만약 유죄가 돼 벌금형이 나오면 저는 그 돈을 한푼도 낼 생각이 없다. 구치소 수감도 감행할 것"이라며 "국가가 외면하는 동안 저는 21년 간 27번의 양육비 소송을 한 피해 당사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행법상으로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로는 감치가 가장 강한데, 감치란 게 주소지에 가서 '홍길동씨 있냐'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없다 하면 그만"이라며 "(최대 감치기간인) 6개월만 잘 피하면 무효가 되고, 피해자들은 다시 처음부터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법률상 '양육비 미지급 부모'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명문화시켜야 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강 대표는 "양육비 해결과 관련해 국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얻기 위해 국민청원을 진행 중이다. 더 이상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두 번 버리는 잔인한 행위가 없었으면 한다"며 "양육비 미지급의 결과로 아이들의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음에도,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의미한 소송만 하다 보면 저처럼 세월만 20년이 가더라"며 "형사법에 (관련규정이) 생기면 숨어있는 미지급 부모들을 조사하며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양육비 해결 모임'(양해모) 회원들이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강 대표를 고소한 김씨의 전처인 박모씨가 딸과 함께 자리했다. 충남 서산에 거주하는 박씨는 두 자녀를 키우며 현재까지 이혼한 남편으로부터 한 번도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생계유지조차 힘겨웠다고 토로했다.

    딸이 대독한 입장문을 통해 박씨는 "남편은 1998년도에 집을 나갔고 저는 홀로 남겨져 아이들의 생계와 수술비를 감당해야 했다"며 "정부의 대출 지원을 받아 아주 작은 가게를 운영할 수 있게 됐지만 이마저 2004년 남편 측에서 이혼 재판을 걸어오면서 모두 망가져 버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시청에 대출한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불량 거래자가 됐고, 장사도 이어갈 수 없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양육비 지급 명령을 받고 이혼하게 됐지만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저와 아이들은 그 양육비를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전 남편 김씨는 자신을 찾아온 아들, 딸에게 "나는 너희의 양육권과 친권을 모두 포기했으니 (너희는) 내 자식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경찰에 신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처로 딸은 학창시절 정신과 감호치료를 받았고, 고등학교 졸업 직후 생계를 위해 택배 현장에 뛰어든 아들은 사기를 당해 행방불명 상태라고 전했다.

    박씨는 "현재 딸은 공장에 나가며 학자금 대출로 진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데, 거의 생활이 안될 지경"이라며 "만약 우리에게 적더라도 양육비를 받아서 온전히 생활할 수 있었다면 우리 아이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못 받고 생계에 내몰리진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양해모를 지원하고 있는 이준영 변호사(법무법인 KNK)는 "프랑스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에 대해 벌금이나 징역형을 물리고 있고 독일도 마찬가지"라며 "양육비 지급이 안돼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 생존권, 헌법적 가치가 낮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사회 현안과 비교해도 전혀 약한 문제가 아닌데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이를 홀로 키우는) 대다수의 양육자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경력 단절' 여성들이다. 단순히 결혼, 이혼을 잘못했다는 이유 하나로 가난의 대물림이 심화되고 있는데 입법·사법부의 안일한 관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강 대표의 공판을 심리한 서부지법 형사7단독(유창훈 판사)은 "이 사건은 사실관계나 법리에 비춰볼 때 단독 재판부에서 해도 충분한 사건이고, 굳이 국민참여재판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대표의 다음 공판기일은 다음달 16일로,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으로 채택된 고소 당사자 김씨와 전처 박씨의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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