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포장된 빵이 진열대 안에 전시돼 있다.(사진=조혜령 기자)
오븐에서 바로 나온 빵은 '의외로' 맛이 없다. 갓 나온 빵보다는 적정 온도로 식은 빵이 훨씬 맛있다는 게 빵집 사장 정모씨의 지론이다.
발효된 빵 안에 남아있던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식으면 그때가 바로 빵의 최적의 온도다.
오전 11시 연유크림빵과 소시지빵이 나오는 시간. 김씨는 오븐에서 나온 빵이 적당히 식으면 바로 투명 비닐봉투에 담는다. 바삭바삭한 식감이 생명인 크루아상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면서 김씨의 빵집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진열빵은 모두 비닐 포장하고 시식 코너도 없앴다.
김씨는 "손님들이 들락날락하면서 공기가 오염될 수 있어서 요즘 빵 포장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사람들 비말이 빵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고 말했다.
진열대 위에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는 빵은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백화점 지하 1층 식품부 매장에서도 비닐 포장된 빵이 대부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2월부터 덮개를 덮거나 비닐로 포장해 진열해 놓고 있다.
또 계산대 직원과 손님 사이 아크릴 막을 설치해 접촉면을 최소화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모든 브랜드의 시식을 중단하고 상품이 공기중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릭 한 번에 갓 나온 빵 집 앞까지 배달…직접 구워먹는 생지 판매도↑
확대되고 있는 빵 배달 서비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집콕이 길어지면서 빵 배달 서비스도 확대되는 추세다.
코로나19 전인 지난 2018년 9월 파바 딜리버리를 론칭한 파리바게트는 1천 100개의 가맹점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는 전체 매장의 80% 수준인 2천800개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배달 가능 제품도 200여종에서 470여종으로 확대했다.
전화 주문 및 오토바이 배달(4천원)과 이보다 저렴한 도보 배달 서비스(2천원)를 동시에 운영중이다.
코로나19 언택트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파리바게트의 배달 서비스 매출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초창기 대비 월 평균 배달 매출은 15배 이상 늘어났고, 주문량도 13배 이상 증가했다.
SPC 관계자는 "매장별 빵 나오는 시간과 정보를 해피오더 앱을 통해 제공하는 갓 구운 빵 서비스를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며 "어플리케이션 주문 방식이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를 배려해 전화주문 서비스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뚜레쥬르 역시 지난 2월 배달 서비스 매출이 전달 대비 6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을 방문하거나 배달이 꺼려지는 소비자들은 아예 집에서 빵을 직접 구워먹기도 한다. 홈베이킹족을 위한 생지 판매량도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00일 장보기 앱 마켓컬리가 지난달 말 출시한 냉동 빵 생지 상품 판매량은 빵/잼 카테고리 상품 TOP 6에 오르는 등 홈베이커리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 프라이어나 오븐에 냉동 베이커리 제품을 굽기만 하면 빵이 완성돼 소비자들로부터 맛과 편리성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19년 270억원이던 냉동 베이커리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400억원대에 달할 거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라며 "매장에서 직접 빵을 사먹는 시대에서 클릭 한 번에 배달해 먹거나 직접 구워먹는 등 빵 시장도 다양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