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격리시설로 사용되는 제주도인재개발원.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 18번째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공공시설에 격리 중이던 20대 관광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시설 입소 때부터 보건 당국에 정신건강 질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세심한 격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격리되며 공황장애 등 정신 건강 질환 호소
22일 경찰과 제주도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5분쯤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사용된 제주도인재개발원에서 A(27‧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도 보건 당국은 시신 발견 당시 상황과 A 씨가 평소 우울증 등 정신 건강 질환으로 약을 복용한 점 등을 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A 씨의 지인이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시설 관계자에게 알렸다. 이 관계자가 방을 확인했다가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난 18일 지인과 함께 관광 차 제주에 왔다가 다음날인 19일 제주인재개발원에 자가 격리됐다.
제주에서 18번째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방글라데시 유학생이 탑승한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입도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A 씨는 시설에 격리되며 관할 보건소에 "공황장애가 있는데, 20일 오전까지 먹을 약만 있어서 약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보건 당국은 20일 A 씨에게 전화상으로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도록 하고 2주치 약을 처방받았다. 아울러 자가 격리 중 불안 증상을 호소한 A 씨의 요청대로 지인이 쓰는 방과 붙어있는 방을 사용하도록 했다.
또 시설 간호사 2명이 전화상으로 하루 5번씩 발열 상태 등 A 씨의 상태를 확인했다.
◇ "정신건강 질환자 세심한 격리 방안 필요"
정신과 전문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코로나19 격리 시설의 한계를 지적한다. 현재 수용되는 생활시설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격리 중 악화하는 정신 건강 질환 문제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 발생 장소.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도의사회 강지언 회장(제주연강병원장‧정신과 전문의)은 "기존에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격리되면서 그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격리시설은 단순히 코로나19 보호 시설이다 보니 틈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지언 회장은 "국민의 3%가 정신 건강 질환을 앓고 있어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 시설에 입소하는 단계부터 신체적‧정신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지금처럼 생활시설이 아니라 제주의료원 등에 수용해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코로나19 검사 결과 A 씨와 지인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