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정부들어 지금까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규모는 9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호 외부 일정'으로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던 '선발주자' 인천공항의 정규직화까지도 삐그덕거리는 모양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2일 1만 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이번 달 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공사의 전체 9758명 전환 대상 비정규직 가운데 자회사 고용이 7642명(78.3%), 직고용이 241명 등에 달했다. 대부분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다.
인천공항공사는 나머지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에 대해선 본사 직고용으로 정규직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은 계속해서 커져가는 상태다.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여 건에 달하는 '반대' 글이 올라 있다.
인천국제공항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문제는 이번 논란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사측 사이의 갈등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동자를 배제한 일방적인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며 반차를 내고 시위에 나선 기존 정규직 직원에, "기회의 평등을 박탈당했다"는 취업준비생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커지는 모양새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제로'는 문 대통령의 취임 초기 직접 약속한 '핵심사안'으로, 이미 한참 전부터 예고된 수순을 밟아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심한 '몸살'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과제의 규모' 자체가 방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2012년에 발표한 한국경제 지속성장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가 비정규직을 없애면 10년 간 매년 1.1%의 추가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보수적인 주류 경제학적 시각에서도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규모를 심각하게 여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인천공항의 경우 설립 당시부터 필수 인원을 제외한 대다수인 87%가량의 인력을 간접고용과 비정규직에 의존해온 만큼 풀이가 쉽지 않다"며 "경영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기존 직원들의 위기의식이 있는 것은 물론, 이에 관련된 정부 부처들 가운데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담론은 '약세'"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인천공항공사의 이번 정규직화 파문은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예견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보안검색 노동자 정규직화 관련 브리핑을 마친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브리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던 중 직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까지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20만 5천 명에 이르고, 이 중 인천공항 등 공공기관에서의 정규직 전환은 9만여 명에 달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이번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년여 동안 363개 공공기관에서 9만 130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교수는 "이러한 정규직화 흐름이 민간부문에도 옮겨지기 원치 않는 하청·용역 이해관계자들 역시 반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대규모 인원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소요는 인천공항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천공항은 물론, 정규직화 문제로 파업까지 돌입했던 한국철도공사나 법정의 판단까지 구해야 했던 한국도로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 교수는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있는 만큼 여러 반발에도 진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임기 초반 인정했듯, 비정규직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뿐만 아니라 IMF 금융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미 곪기 시작했던 문제인 만큼, 이번 기회에 집중적으로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