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사진=심 소장 제공)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에게 책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펴낸곳 비에이블)는 특별한 도전이었다.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연구 성과를 꼼꼼하게 기록하는 데 주안점을 뒀던 자신의 저술법에 변화를 줘야 했던 까닭이다.
심 소장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간 근대사, 현대사, 헌법과 같은 단일 주제로 책을 내 왔는데, 통사(通史)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최근 출판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오롯이 시민들 입장에서 글을 쓰려 애썼는데, 반응이 좋아 다행"이라고 했다.
"지난 몇 년간 강연 등으로 전국을 돌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 덕에 현장에 직접 가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는 지역의 사람, 공간, 유물을 많이 접했어요. 이러한 특별한 경험과 연결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죠. 결과적으로 이번 책이 그 기회가 됐네요." (웃음)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ㅣ심용환ㅣ비에이블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이 책은 1만년 한국 역사를 365개 주제로 나눠 매일 1쪽씩 읽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각 주제를 사건, 인물, 장소, 유적·유물, 문화, 학문·철학, 명문장 7개 분야로 나눠 짧고 쉽게 다룬 한국사 입문서인 셈이다.
심 소장은 "어느 때보다 글 길이는 짧게 하되 내용은 충실하게 담아내자는 마음이었다"며 "사실 겁나는 작업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간 시민들이 인터넷 등으로 잘못된 정보를 얻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글 안에 자세한 내용을 최대한 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이번에는 입장을 조금 바꿨어요. 짧더라도 관심을 끄는 충실한 내용으로 독자들이 제 책이나 다른 좋은 저술을 접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보자는 거였죠."
그는 "수년 동안 현장을 다니면서 만난 40대 학부모들은 본인이 겪은 암기교육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었는데, '내 아이는 그렇게 당하게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책은 핵심 의제를 건드림으로써 독자들이 자율적인 정보 검색 등으로 지식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너무 엄한 시어머니 같았구나'라고 반성했어요. (웃음) 현장에서 만나 온 시민들 덕에 한국 사회 구성원들을 향한 신뢰가 많이 쌓인 결과죠. 제가 그간 해 온 작업도 열심히 이어갈 테지만, 시민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획의 발견' 역시 다듬어 갈 겁니다."
책 '1페이지 한국사 365'를 통해 그는 "새로운 칼 하나를 얻었다" "낚싯대만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물이 생겼다"고 말했다. "내용을 충실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책임감만 더욱 벼린다면 기획 출판 역시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이야기다.
"이번에 얻은 가장 값진 성과죠. 저는 '경계인'이에요. 학계에 가면 훌륭한 연구 결과가 끊이지 않는데도 그 열매가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요. 반대로 방송계를 보면 인기나 돈에 대한 열망으로 아무 준비 없이 역사를 전달하려는 모습도 봅니다. 그 경계선에 제가 서 있는 셈인데, 학계의 진지한 연구 성과를 보다 쉬운 언어로 전달하는 데 매진해야죠."
심 소장은 "이번 작업으로 시민들에게 1보, 아니 10보 더 다가갔다는 데 커다란 고마움을 느낀다"며 "시대성을 인정하되 타협하지 않겠다는 긴장감 속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고 강조했다.